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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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구글이 위성을 발사해 지도를 제작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떠들썩했다. 많은 사람이 구글의 위성지도를 통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봤다. 사실 위성을 쏘아올린 것은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였다. 지도 데이터는 위성영상 정보회사인 지오아이가 제공했다. 구글이 한 일은 이들의 지도 데이터를 온라인 서비스로 변환한 것이다. 2009년 미국 시사잡지 타임은 아틀란티스의 고대 유적 등과 함께 구글 지도를 ‘10대 발견’으로 꼽았다.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는 같은 해 미국 시카고에 있는 지도서비스 회사 나브텍을 81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도를 넣은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휴대폰을 내놨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기술위원회 위원장인 왕젠은 최근 발간한 《온라인-다음 혁명》에서 “구글과 달리 노키아는 지도를 온라인화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담기만 했기 때문”이라며 “노키아는 인터넷의 대세가 온라인화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노키아는 쇠락의 길을 걸었고 결국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했다.

[책마을] '알리바바의 두뇌' 왕젠이 예측한 온라인의 미래
구글은 기존 데이터를 여러 사람이 쓰도록 온라인화해 새로운 데이터로 바꿔놓았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용자들이 참여해 정보를 조합하고 수정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왕젠은 이를 “새 지도가 옛 지도를 이긴 게 아니라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이긴 것”이라며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분석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온라인화’를 거치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 저자는 심리학자에서 개발자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국 항저우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다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겨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상무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8년에는 알리바바그룹에 영입됐다. 2009년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서비스 자회사 알리윈 창립을 이끌었고 알리바바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쳤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처음 만난 뒤 “왜 진작 그를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는 그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방향을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생산재, 즉 천연자원과 같은 데이터, 하나의 인프라가 된 인터넷, 그리고 전기처럼 공공서비스가 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온라인에서 세 가지 요소를 갖출 때 플랫폼은 더 강력해질 수 있다. 하나하나가 아니라 이 세 가지가 합쳐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이제 태동 단계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데이터가 인터넷에서 흘러다니는 ‘개방’,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공유’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현실을 꿰뚫어보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요가 곧 경쟁력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세상은 소프트웨어 시대에서 클라우드컴퓨팅 시대로 진입했고 모든 시스템의 구조가 변했다”며 “최근 중국 고객의 클라우드 수요는 마른 장작이 거센 불길을 만난 것처럼 맹렬하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미국인이 여전히 수표로 수도세를 내고 있지만 중국인은 거리에서 군고구마를 사 먹을 때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는 대목에서 중국의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난다.

책은 인류사에서 큰 변화의 계기가 됐던 ‘발견’ 대상과 비교해 이해를 돕는다. 인터넷은 원시시대를 벗어나게 해준 불, 데이터의 온라인화는 모든 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 신대륙, 컴퓨팅은 미국의 발전 동력으로 작용한 전기에 빗대 설명하는 식이다.

기업 현장의 다양한 경험과 각양각색의 사람들, 다른 회사의 사례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미래 컴퓨팅 경제에서는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곧 가장 많은 자원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기계지능(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하는 기계)을 활용한 도시의 공공자원 분배, 교통질서 개선 등 도시 발전 가능성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온라인 세상을 제대로 발견하고 탐색하는 과정은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고 단언하는 그는 “창조를 통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도 행운”이라고 후기에서 썼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