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축제 ‘테크 인 아시아’를 찾은 한 관객이 한국공동관에서 클릭트의 무선화 솔루션을 활용한 VR 콘텐츠를 경험해보고 있다.
스타트업 축제 ‘테크 인 아시아’를 찾은 한 관객이 한국공동관에서 클릭트의 무선화 솔루션을 활용한 VR 콘텐츠를 경험해보고 있다.
미술체험 VR에 作曲 앱까지… 아시아 사로잡은 'K콘텐츠 스타트업'
지난 15, 16일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축제 ‘테크 인 아시아(Tech in Asia) 2018’. 250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총출동한 가운데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한국공동관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주요 스타트업 10개사와 함께 이곳에서 비즈니스 상담 등을 진행했다.

한국 콘텐츠 특유의 창조성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코딩 등 첨단기술까지 더해져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상담 건수는 380여 건에 달했으며 이 중 매칭 금액은 3700만달러(약 400억원)에 이르렀다. 홍콩 점프스타트의 콘텐츠개발팀장인 클로웨 웡 씨는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아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코딩 프로그램으로 수상 영예

올해 7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매년 싱가포르, 도쿄(일본), 자카르타(인도네시아)에서 1회씩 열리고 있다. 아시아의 최근 콘텐츠 트렌드와 첨단기술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60여 개국의 아시아 투자자들이 모여든다.

예년 행사에선 기술 중심의 국한된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엔 문화를 더한 융복합 서비스를 선보인 곳이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운동 증진 게임과 여행 제안 사이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 플랫폼 등이 대거 출품돼 기술이 우리 문화와 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로 한국 팀이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온라인 코딩 프로그램 ‘로지콩’을 개발한 로지브라더스가 피칭(투자 유치를 위한 프로젝트 소개) 대회에서 3등을 차지한 것. 7개 팀이 최종 결선에 오르는 방식인데 한국 팀 가운데선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했다. 이 프로그램엔 퍼즐이나 블록맞추기 등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몰입도를 강화하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독창성, 기술력, 팀워크 등 여러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노상민 로지브라더스 대표는 “단순한 코딩 교육을 넘어 게임처럼 단계별 미션을 부여하고 학습성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춰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받은 것 같다”며 “아시아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VR 활용 미술 체험, 작곡 앱 등 인기

다른 팀들의 색다른 아이디어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쏟아졌다. VR 기술을 활용해 자유롭게 미술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스타트업 ‘클릭트’는 백제 금동대향로와 화가 이중섭의 작품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얻었다. 사람의 콧노래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악보를 그려주는 작곡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한 ‘쿨잼컴퍼니’, AR 기술을 이용해 체계적인 양치교육 가이드를 제공한 ‘키튼플래닛’ 등에도 투자자들이 몰려 신기한 듯 직접 체험을 했다.

크라우드소싱(일반 대중을 콘텐츠 생산 과정에 참여시켜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언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플리토’는 유럽과 아시아권 등 18개의 언어 지원이 가능한 점을 내세워 호평을 받았다.

이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빅베이슨캐피탈 등은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은 분야가 다양하고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언젠가 세계에서 최고를 자랑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들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며 “앞으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이들의 해외 판로 개척에 큰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