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
“맡은 배역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보다 제 자리를 지키는 것, 제 역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언제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사극에 처음 도전한 배우 류효영의 말이다. 그는 ‘대군’에서 조선 세조의 왕비가 된 윤나겸의 욕망과 외로움을 입체적으로 그리며 드라마 흥행에 일조했다. ‘대군’의 시청률은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기록인 5.6%(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까지 올랐다. 류효영은 “시청률이 이렇게 잘 나올 줄 몰랐다”며 활짝 웃었다.

극 중 윤나겸은 사랑보다 권력을 원하는 야심가다. 3남7녀의 대가족에서 둘째 딸로 태어나 주목받지 못한 설움을 안고 살다가 언니 대신 진양대군(주상욱 분)의 부인 자리를 꿰차는 인물이다. 진양대군이 바로 훗날 세조가 된 수양대군이다. 윤나겸은 예종이 죽은 뒤에 아들을 왕(성종)으로 세우고, 대왕대비로서 8년 동안 수렴청정을 한 정희왕후다. 류효영은 목표지향적인 윤나겸의 성격이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은 그를 자극하는 힘이다.

“나겸이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갖고 있었어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번지고, 그러다 보니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어버렸다고 봤습니다. 나겸이의 외로움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류효영은 2010년 혼성그룹 파이브돌스의 멤버로 데뷔했다. 지난해 KBS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매드독’에서 열연한 류화영이 쌍둥이 동생이다. 2012년 KBS2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이강주를 연기하면서부터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류효영은 “실제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 여러 인생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지난해 MBC 일일드라마 ‘황금주머니’에 출연한 뒤로는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더 진지해졌다. 자신의 행복만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돈을 받고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요즘엔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작품에 관심이 생겼어요. 좋은 작품만 있다면 노 개런티로 출연할 생각도 있어요. 꼭 소수자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습니다.”

류효영의 성장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16년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와 법적인 분쟁을 벌이면서 그는 더 성숙해졌다. 그는 “순탄하게 정상까지 올라갔다면 내가 가진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을 것 같다”며 “그때의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을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닥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제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무엇도 무섭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글=이은호/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