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닉스 대표 "남북 애니메이션 합작 경제효과 커"

'뽀로로'는 우리나라 캐릭터·애니메이션 산업에 이정표를 세운 '국민 캐릭터'지만 출생 경위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뽀로로는 남한 아이코닉스, 오콘,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EBS가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공동 제작한 남북 합작 TV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통해 태어났다.
'뽀로로 신화' 또다시…남북 문화협력, 애니메이션이 1순위
호기심 많은 말썽꾸러기 꼬마 펭귄과 얼음숲 나라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년 첫선을 보인 뒤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전 세계 110개국 이상으로 수출됐다.

뽀로로는 아이들의 대통령이란 뜻의 '뽀통령'으로 불리며 국내 캐릭터·애니메이션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2000년대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나 TV 드라마, 책 등이 화제가 됐어도 대중적으로는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뽀로로는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남북 합작사업의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뽀로로는 2012년 통일부 홍보대사로 선정됐으며, 대북제재를 위한 미국의 수입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미 재무부는 2011년 뽀로로처럼 대중에 널리 보급된 영상물은 대북제재 근거가 되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선 뽀로로가 방영되지 않았으나, 아동용 인형과 육아시설 미끄럼틀 장식물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 최근 조선중앙TV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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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거둔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은 뽀로로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1년에는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남한 하나로통신이 공동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가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으며, 남북 합작 극장용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이 2005년 남한과 북한에서 동시 개봉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아티와 필리'와 같은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이어지다 2000년대 후반부터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애니메이션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위한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천명한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10여 년 만에 재개될 남북 문화교류협력사업들 가운데 전도가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무엇보다 북한이 적극적인 관심과 열의를 갖고 임하는 분야여서 남북 교류가 본격화하면 다양한 합작사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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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북한은 첨단 미디어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남한의 사업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며,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외국 애니메이션 수주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낮은 인건비와 양질의 노동력을 갖추고 있어 국제적으로 3D 애니메이션 주문자위탁생산(OEM)에 적합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반해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인건비 상승으로 그래픽 작업 외주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사업적인 차원에서만 봐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서울시는 남북 협력사업으로 2016년 '평양 애니메이션 산업단지 조성'을 제안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업계에서 느끼기에도 남북 관계가 정상화되고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저희(아이코닉스)도 남북 협력을 통해 뽀로로를 비롯한 작품을 다시 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뽀로로는 현재까지 10개의 정규 시리즈가 제작됐는데 이 가운데 1차 시리즈와 2차 시리즈 2개가 남북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최 대표는 "남북 애니메이션 합작은 경제적인 효과도 크지만, 남북이 문화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면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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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