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예술혁명

이지영 지음 / 파레시아
244쪽 / 1만3000원
[책마을] 한국어로 노래하는 BTS… '영어 중심주의'를 부수다

한류의 새 역사를 쓰는 아이돌 ‘방탄소년단(BTS)’. 그들의 인기가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으로까지 확산되며 K팝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두 곡으로 K팝 열풍을 일으켰던 과거 한류 가수들과 다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엔 2년 연속 미국의 빌보드 뮤직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세계 음악계 관계자들은 폭발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방탄소년단의 인기 요인을 찾으며 수많은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무엇이 다르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BTS 예술혁명》의 저자 이지영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이론과 연결 짓는다.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A.R.M.Y.)에 대입한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일상을 꾸준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팬과 공유하고 팬들의 고민을 음악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저자는 여기서 리좀적 체계를 떠올렸다. 리좀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질서를 가로지르며 끝없이 다른 것들과 연결, 접속해 생성하는 네트워크 구조다. 수목적 구조는 주변과 중심이 명확히 구분되는 위계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는 반면, 리좀적 체계에는 단일한 중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방탄소년단은 아미와의 관계에서 맨 꼭대기에 있는 중심이 아니다”며 “SNS란 탈중심적 네트워크 속에서 공존하는 친구이자 조력자”라고 말한다.

이 책은 들뢰즈 외에도 발터 벤야민 등 대표적 철학자들의 이론을 접목해 방탄소년단의 음악 세계와 인기를 분석한다. 이지영은 서울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영화미학 박사과정을 거쳤으며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 노래로 승부를 본 것도 저자는 세계를 둘러싼 위계질서와 연결 짓는다. 이전엔 많은 아이돌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영어를 열심히 배우고 가사에도 영어를 적극 반영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을 보고선 해외 팬들이 한국어 노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저자는 “방탄소년단은 정치, 경제, 문화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제1세계와 주변에 있는 제3세계 간 위계를 유지하던 영어 중심주의에 균열을 일으켰다”고 썼다. 미국 공중파를 타고 흐르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한국 이름 연호와 한국어 노래 ‘떼창’은 견고하던 위계질서가 파열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언어로 대변되는 문화적 헤게모니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는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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