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0일까지 경기 판교 ‘콘텐츠멀티유즈전’에 출품되는 김지은의 ‘기억의 흔적’.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내달 30일까지 경기 판교 ‘콘텐츠멀티유즈전’에 출품되는 김지은의 ‘기억의 흔적’.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게임을 활용한 TV 예능프로그램이 상반기에 첫선을 보인다. MBC 프로듀서 박진경과 이재석이 넥슨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듀랑고)’를 원작으로 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색 체험이나 여행, 요리와 음식, 시사교양 등 익숙한 예능 소재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이다.

넥슨이 지난 1월 출시한 ‘듀랑고’는 가상과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이색 콘셉트의 게임. 알 수 없는 사고로 현대 지구에서 공룡 시대로 넘어간 사람들이 거친 환경을 개척하며 가상 사회를 꾸려나간다는 줄거리다.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게임개발사 테이크원컴퍼니와 손잡고 방탄소년단을 활용한 게임 ‘BTS 월드’를 제작 중이다. 넷마블게임즈가 퍼블리싱(출시와 유통 등)을 맡아 상반기 중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이용자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육성하는 실사형 시네마틱 게임이다.

예능 프로그램, K팝 아티스트, 영화, 미술 등 대중문화예술이 게임과 융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과 문화예술 장르가 서로 ‘교집합’을 만들며 시장을 넓히려는 시도다. 우수한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용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관건인 게임은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도가 높아 영화 장르와 궁합이 잘 맞는다. 이달 초 개봉한 ‘툼레이더’는 2013년 출시된 게임 ‘툼레이더 리부트’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의 모험을 그려 흡인력이 높다. 다음달엔 1986년 출시된 게임 ‘램페이지’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한다. 내년 5월엔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바탕으로 한 ‘마인크래프트: 더 무비’가 나올 예정이다.

게임의 캐릭터나 세계관은 예술작품에 활용될 잠재력도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다음달 30일까지 경기 판교에서 ‘콘텐츠멀티유즈전’을 연다. 16명의 작가가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모두의마블 등 국내 대표 게임 8개를 회화, 설치, 인터랙티브 예술작품 등으로 재해석했다. 콘진원은 작가들에게 컬래버레이션 작업 기회를 주고 게임사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도록 이 같은 전시를 기획했다.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든 게임계는 이용자층 확대 차원에서 이 같은 융합 시도를 반기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BTS 월드’를 위해 화보 1만여 장과 스토리 영상 100여 개를 찍었다. 방탄소년단이 국내외에 거느린 팬덤을 고려하면 게임은 흥행 보증수표를 받아놓은 셈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성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며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과 융합하는 문화예술계도 게임이 확보한 이용자층을 방송, 음악, 미술 등으로 고스란히 끌어올 수 있어 이익이다. 한국의 온라인·모바일 게임은 해외에서 인기가 좋은 만큼 K팝 가수나 유망한 스토리는 게임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도 있다.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은 “게임은 스토리와 음성, 영상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지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유망 기술도 구현할 수 있는 융복합의 결정체라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용이하다”며 “서로가 이용자를 공유하며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