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가격 급등세' 이젠 구상화로 옮겨붙나

경매에 쏟아지는 대가 작품
이중섭 '소' 47억원에 낙찰
박수근·김환기·천경자 등 구상작품 줄줄이 고가 입찰

화랑들도 작가 라인업·기획전
갤러리 현대 화조도전 추진
노화랑, 이수동 개인전 대박
가나아트는 김병기·사석원 초대

구상화 부상 배경과 전망
피카소·샤갈 등 구상화 강세
국내시장도 당분간 영향 받을듯
장르 다양화 측면에선 낙관적
지난 7일 서울옥션 봄 경매에서는 8년 만에 나온 이중섭의 ‘소’ 그림이 치열한 경합 끝에 47억원에 낙찰됐다. 박수근의 경매 최고가 ‘빨래터’(45억2000만원)는 물론 자신의 ‘황소’(35억6000만원) 그림을 제치고 국내 구상화의 최고가를 다시 썼다.

그동안 저평가된 구상화가 작품 가격이 급격히 오르며 국내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5년 이후 화단을 지배한 단색화 가격 오름세가 올해부터 구상화로 옮겨 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국제 시장에서 피카소와 샤갈 작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도 추상화 시세가 한풀 꺾였다”며 “국내 시장도 이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은 구상화 대가 작품을 대거 경매에 부치고, 화단에서는 다양한 구상화가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옥션이 오는 29일 홍콩 경매에 출품할 김환기의 ‘항아리와 시’.

서울옥션이 오는 29일 홍콩 경매에 출품할 김환기의 ‘항아리와 시’.

◆박수근 이중섭 등 작품 경매 쏟아져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내달 18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하는 ‘일본·한국미술 경매’에 박수근의 1962년 작 ‘노상의 사람들’(추정가 2억~3억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박수근의 구상 작품으로 해외 컬렉터를 끌어모은다는 복안이다.

서울옥션도 오는 29일 홍콩 경매에 김환기의 1954년 구상 작품 ‘항아리와 시’(경매 시작가 30억원)를 얼굴 상품으로 내놓았다. 김환기의 추상 점화 가격 급등세가 1950~1960년대 제작한 구상화로 옮겨 붙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옥션은 또 사실성이 뛰어난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을 비롯해 민중화가 신학철 임옥상 김정헌 황재형의 리얼리즘 작품도 출품해 한국 구상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홍콩 시장 진출의 지평을 넓힐 계획이다.

K옥션도 오는 21일 봄 경매에 김환기 이중섭 천경자 장욱진 이대원 등 대가 작품을 고루 출품했다. 김환기가 1965년 뉴욕에서 제작한 ‘남동풍 24-Ⅷ-65’를 추정가 9억~20억원에 경매한다. 1950년대 작 ‘매화와 달과 백자’(5억5000만~12억원), 달 아래 색점을 줄지어 찍은 1967년 작 ‘달’(4억~6억원), 종이에 펜과 수채로 그린 ‘새’(2700만원) 등도 내놓는다.

이중섭이 캔버스 앞뒤 양면에 그린 ‘큰 게와 아이들’ ‘닭과 게’(2억~5억원)를 비롯해 천경자의 미인도 ‘꽃과 여인’(3억~6억원), 장욱진의 ‘풍경’(7000만~1억2000만원) 등 대가 작품도 경매에 부친다.
18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수동 씨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18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수동 씨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화랑들도 잇달아 유명 작가 라인업

화랑업계도 구상화풍이 다시 부상하자 유명 작가 라인업 구축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은 50대 인기 화가 이수동 개인전(30일까지)을 열어 개막 5일 만에 50여 점을 판매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김덕기 김동유 윤병락 등 30~50대 쟁쟁한 구상화가 9명이 참가하는 ‘내일의 작가, 행복한 꿈’전을 선보인다.

갤러리 현대는 ‘조선시대 화조도’전에 공을 들이고 있고 가나아트센터(김병기·사석원), 현대화랑(황영성), 국제갤러리(문성식), 학고재갤러리(강요배), 아라리오갤러리(이석주), 선화랑(정우범), 이화익갤러리(한운성), 청작화랑(강길원), 갤러리 작(심명보), H-아트브릿지갤러리(모용수), 소마미술관(황창배)도 구상화가 전시를 열거나 준비 중이다.

근현대 작가 구상 작품이 다시 조명받는 사실을 화단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그동안 국내 화단이 지나치게 단색화와 추상화 일변도여서 시장이 왜곡됐다”며 “한국 미술에 대한 애호가들의 관심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추상화보다 전통적 조형미에 자연과의 조화를 잘 살려낸 구상계열 작품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 화랑가에 구상 작가 전시회가 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주는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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