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이 재즈 악기라는 편견 깨고 싶어요"
‘색소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하다. 어두운 재즈 클럽, 여기서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내는 남성 연주자 모습이다. 중년 남성들이 은퇴 후 배우는 악기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하는 색소폰 연주자 아샤 파테예바(28·사진)는 이런 선입견을 한 번에 날려버린다. 재즈가 아닌 클래식 색소폰을 연주하고, 남성 중심 세계에서 여성 연주자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파테예바는 13일 금호아트홀에서 연 인터뷰에서 “색소폰이 재즈에선 크고 열려있는 소리를 낸다면 클래식에선 순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며 “유럽에서도 클래식 악기로서의 색소폰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데, 그만큼 내가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쪽 크림반도 케르치 출신인 파테예바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에코 클래식 어워즈 신인상을 비롯해 오르페움 재단상, 베런버그 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2012년 독일 음악 콩쿠르에서 1위, 2014년 아돌프 삭스 콩쿠르(색소폰 개발자 이름을 딴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는 직접 편곡까지 하며 클래식 악기의 면모를 갖는 색소폰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색소폰이 1840년 개발된 것도 실은 클래식 연주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후 미국에서 재즈 열풍을 타고 알려지면서 재즈 악기로만 인식돼 왔다. “바흐, 베토벤, 슈만 등이 살았던 시대엔 색소폰이 없었던 만큼 이를 위한 작품은 아쉽게도 없어요. 하지만 음역만 살짝 바꿔 편곡을 해도 색소폰의 새로운 매력을 담을 수 있죠.”

색소폰이 ‘남성들의 악기’라는 생각도 선입견이라고 했다. 그는 “무거워 보이고 소리를 내는 데 많은 힘이 들어갈 것 같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아돌프 삭스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여성도 제가 최초라고 하는데,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연에선 페르낭드 드크뤽의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윌리엄 올브라이트의 ‘알토 색소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조지 거슈윈의 ‘3개의 전주곡’ 등을 선보인다. “올브라이트의 곡은 바로크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전부 넘나듭니다. 끝에서 끝으로 치닫는 강렬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