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구스타프 클림트 '화원'
오스트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일찍 세상을 떠난 동생(에른스트)의 처제인 에밀리 플뢰게와 27년간 정신적 사랑을 나눴다. 플뢰게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키스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몰래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성(性)과 사랑, 죽음에 대한 영감을 얻어 화면에 녹여냈다. ‘입맞춤’ ‘아담과 이브’ 등은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를 황금빛 색채로 아우른 에로티즘 아트의 대표작이다. 하지만 그는 말년에 플뢰게와 나눈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풍경화 속에 담아냈다. 유작 220여 점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풍경화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클림트가 1907년 제작한 이 작품은 빨강과 흰색, 노란색, 보라색 등으로 꽃이 흐드러지게 핀 화원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양귀비와 데이지, 장미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풍성하게 그렸다. 노란 양귀비는 큰 키가 버거운 듯 고개를 숙이고, 흰 데이지는 무리 지어 다발을 이루고 있다. 이에 질세라 장미도 붉은 열정을 꽃피운다. 정사각형 캔버스에 풍경을 그려넣어 현실 세계가 사각의 틀 안에 꼼짝없이 갇힌 느낌을 준다.

작년 3월 이 작품은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994년 크리스티 경매 낙찰가(370만파운드)의 12배가 넘는 4797만1250파운드(약 723억원)에 팔려 풍경화 가운데 최고가에 올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