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흑백 사진에 담은 지구촌 희로애락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1955년 ‘인류의 근본적인 평등과 평화’란 기치를 내건 대규모 사진전을 열었다. 세계 68개국, 273명의 사진작가가 총 503점의 사진을 출품한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전이었다. 당시 뉴욕현대미술관 사진부장이었던 에드워드 스타이컨이 조직한 이 전시회는 전 세계 150곳의 미술관을 순회했다. 한국에서도 1957년 서울 경복궁 특별전시실에서 순회전이 열렸다.

이 전시회는 첫 전시 이후 1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 세계 사진전 역사의 전설로 남았다. 1994년 전시회 통째로 룩셈부르크 클레르보성에 소장됐고, 200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전시회의 첫 전시 60주년을 맞아 특별기념판으로 발간된 《인간가족》의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됐다.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랑크, 어빙 펜 등 당대 내로라하는 거장과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전시회에 걸린 모든 작품을 수록한 흑백사진집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냉전 시대에 지구촌 ‘인간가족’의 일상과 희로애락을 포착한 사진들의 거대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아쉽게도 한국 작가 작품은 없지만 외국 작가가 6·25전쟁 때 찍은 사진 몇 점이 눈에 띈다. 아시아에서 활동한 미국 여성사진가 마거릿 버크화이트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슬픔과 조상을 숭배하는 제사 모습 등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국어판에서 번역을 맡은 정진국 미술평론가는 “급속히 사라지는 흑백사진 절정기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에드워드 스타이컨 엮음, 정진국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196쪽, 3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