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이사장…사무총장에 한창훈 소설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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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경자(70)씨가 한국작가회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작가회의는 10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제31차 정기총회에서 이 씨를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 이사장은 1974년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창립된 이래 첫 여성 이사장이다.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페미니즘에 천착해 가부장제의 문제 등 여성의 시각으로 우리 시대 삶의 질곡을 다룬 작품들을 펴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총회가 끝난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하는 것은 단호히 응징하고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작가회의 내에 성폭력과 관련한 징계 규정이 구체적으로 없는데, 이를 명문화한 상벌 위원회를 만드는 안을 생각 중이다. 대책을 깊이 있게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또 첫 여성 이사장으로서 "과거 남성들이 챙기지 못한 여성적 감수성과 시각으로 (작가회의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자들은 정해진 틀 속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후를 다투는 걸 좋아하는데, 나도 이번에 작가회의 일을 하면서 여기에도 그런 남성문화가 존재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비폭력주의자이고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폭력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단에서 오래 활동해온 여성 문인으로서 이번에 불거진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여성이 인간으로 대접받고부터 그게 피해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남성들도 '이제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권력관계로 몸을 희롱한다든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그런 피해를 직접 당하거나 목격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셔서 술자리에 간 적이 없다. 그래서 뭘 목격한 적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거 후배 여성 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작가회의 소속 원로 시인에 관해서는 "그 문제는 오는 4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문단 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작가회의가 문제가 된 회원들을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제 갓 취임했기 때문에 이전에 있던 그런 내용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며 "앞으로 그 문제를 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작가회의는 이날 총회에서 "2016년 12월 징계위 회의에서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됐지만, 징계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6명이 탈퇴서를 냈고, 2명은 아직 법적 판단이 진행 중이다.

자체 조사권이 없어 사태의 실상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이사장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만들던 상황이 작가회의 정신이고 뿌리다. 작가들은 현실에 뛰어들지 못하면서 현실을 언어로 그리는 게 운명인데, 그걸로 안 될 때 이런 단체를 만든 거다. 유신체제에서 투옥, 구금, 실직의 두려움이 왜 없었겠나. 그렇게 만들어진 게 작가회의"라며 "이걸 뒤흔드는 어떤 일도 작가회의 회원이라면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소설가 한창훈(55)이 신임 사무총장으로 뽑혔다.

그는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해 장편소설 '홍합', '꽃의 나라', '순정' 등을 냈다.

2003년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과 2016∼2017년 소설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