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초기 불교에선 육식 허락했다는데…
불교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육식 금지다. 하지만 처음부터 육식이 금지된 건 아니었다. 초기불교 계율을 집대성한 팔리어 율장 곳곳에는 수행자가 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다만 10가지 동물은 식용을 금했다. 사람,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였다. 금지한 이유도 수행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코끼리와 말은 당시 인도사회에서 왕권을 상징하는 동물이어서 신자들이 식육을 반대했다.

《불교음식학-음식과 욕망》은 불교의 음식문화에 담긴 종교적·철학적 의미와 맥락을 살핀 책이다. 저자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음식학 전공자다. 동국대와 인도 델리대에서 불교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대와 킹스칼리지에서 음식학 및 불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초기불교의 언어인 팔리어로 기록된 문헌과 대승불교 문헌을 두루 살피고 비교하면서 음식에 대한 불교의 인식과 자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분석한다.

육식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대승불교에 와서였다. 대승 경전인 열반경은 어떤 종류의 고기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육식이 자비로운 본성을 파괴한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육식이 성욕을 부추긴다는 이유도 있다. 특히 참선을 위주로 수행하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육식을 엄격히 금했다. 육식이 신체의 기운을 지나치게 위로 뻗치게 만들어 고요함에 이르는 걸 방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음식에 관한 계율은 수행을 위해 욕망을 제어해야 하는 필요성 외에도 시대 상황이나 문화, 사회의 인식 등을 반영한 산물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공만식 지음, 불광, 464쪽, 2만7000원)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