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
“한국 연극은 지난 몇 년간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였습니다. 국립극단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때로는 자기 검열의 모순에 빠졌습니다. 연극계가 당면한 ‘치유와 개혁’이라는 과제 아래 국립극단도 성찰하고 달라지겠습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24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극단 운영 방향을 밝혔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극단 백수광부를 이끌어온 그는 지난해 11월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이 예술감독은 “연극은 시대와 사회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며 “동시대적 연극을 하는 것이 임기 3년간 추구할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당대 현실을 담아낸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창작 신작 개발에 힘을 쏟기로 했다. 먼저 창작희곡 투고함인 ‘빨간 우체통’을 온라인상에 개설하고 젊은 극작가들의 신작을 상시 접수하기로 했다. 연극평론가인 조만수 충북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이른바 ‘우체국장’을 맡아 작품을 검토한다. 작품이 모이면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낭독 공연을 열고 우수 작품은 ‘젊은 극작가전’을 통해 무대화할 계획이다.

소극장 판은 연출가들이 자신만의 연출 미학을 구현할 수 있는 실험극장으로 만든다. 판에 올릴 작품을 개발하고 운영할 예술감독으로 윤한솔 극단 그린피그 대표를 선임했다. 박해성 남인우 하수민 김지나 연출이 윤 예술감독과 함께 국립극단의 역할에 대한 비판을 들여다보고 그 성과물을 하반기에 관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국립극단은 올해 20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3월의 눈’ ‘가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검증된 명작을 다시 공연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성’,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등 세계 고전 작품도 준비했다. 임빛나 작가의 ‘얼굴도둑’과 부새롬 연출의 ‘2센치 낮은 계단’ 등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이 쓰고 이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창작 신작 ‘전시의 공무원’도 기대를 모은다. ‘운명’과 ‘호신술’ 등 근현대극, ‘죽고싶지 않아’와 ‘오렌지 북극곰’ 등 청소년극도 선보인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