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대표 박우홍)은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 2주기를 맞아 오는 20일까지 추모 전시회를 연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0주년’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옥중에서 쓴 ‘사랑은 이웃에게’ ‘엄마 약손’ ‘탱자 눈물 울타리’ ‘처음처럼’ 등 서화 29점을 비롯해 엽서 원본 10점, 낙관 등이 나와 있다. 생전에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소회와 고뇌를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서체(어깨동무체)로 풀어낸 작품들이 더욱 눈길이 간다.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어깨동무를 한 듯한 그의 독특한 글씨체는 옥중에서 서예반 활동을 하며 터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고 평범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 특유의 통찰과 지혜를 담아낸 글씨들은 관람객들에게 평화와 생명, 공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처음처럼' 신영복 교수 추모전시회
전시장에 걸린 서화 ‘처음처럼’은 소주 상표에 사용돼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신 교수는 이 글씨의 저작권료를 극구 사양해 당시 두산주류(현 롯데주류)는 1억원을 성공회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1968년에는 통일혁명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던중 1988년 광복절 특별가석방을 받아 출소했다. 1989년 성공회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정년퇴임 후에도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썼다.

성공회대는 14일 오후 2시 성공회대 내 성미가엘성당과 피츠버그홀에서 신 교수의 추모식을 개최한다. 추모식은 성공회 예배의식과 함께 배우 권해효의 사회로 추모영상 상영, 추모사 낭독, 추모연주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추모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