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이 지난 4월 K옥션 경매에서 65억5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점화 ‘고요, 5-IV-73 #310’을 감상하고 있다.  /한경DB
관람객이 지난 4월 K옥션 경매에서 65억5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점화 ‘고요, 5-IV-73 #310’을 감상하고 있다. /한경DB
미술시장의 ‘황금주’ 김환기, 천경자, 박수근, 정상화 등 유명 화가 작품과 고미술품 등이 고가에 팔리면서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의 올 경매 행사에 163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두 경매회사가 연말에 치를 두세 차례 온라인 경매와 일부 군소 경매회사 낙찰액을 포함하면 전체 미술품 낙찰총액은 작년(1720억원)보다 4% 정도 늘어난 1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7일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휴업’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올해 낙찰총액(서울옥션 909억원·K옥션 725억원)은 작년(163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K옥션은 2007년 이후 연간 낙찰 실적으로는 최대치 행진을 이어갔다. 두 회사의 오프라인 경매 평균 낙찰률 역시 작년과 비슷한 79.2%(서울옥션 80.3%·K옥션 77.5%)를 기록했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심리 회복과 수출 증가세, 증시 상승 등 영향으로 비교적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평가받는 유명 화가의 그림에 꾸준히 투자금이 몰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 1800억대 시장 회복… 내년 장욱진·천경자 등 강세 기대
김환기 작품, 경매시장 주도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김환기의 작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술품 거래를 사실상 주도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김 화백 작품 48점을 팔아 250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김환기의 점화 ‘고요(Tranquillity) 5-IV-73 #310’은 지난 4월 K옥션 경매에서 65억5000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김환기의 1964년 작 ‘모닝스타’는 지난달 26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9억원에 팔려 반추상화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세웠다.

단색화가 박서보를 비롯해 백남준 김흥수 이응로 등의 작품도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박서보의 1979년작 ‘묘법 NO. 10-79-83’(14억7400만원)을 비롯해 백남준의 1996년작 비디오아트 ‘수사슴’(6억6000만원), 하모니즘 조형의 창시자 김흥수의 1989년작 ‘파천’(5억5000만원), 이응로의 ‘피플’(2억6000만원), 임옥상의 ‘귀환Ⅱ’(2억원), 오수환의 1998년 작 ‘곡신’(1억2000만원)이 신고가 대열에 합류했다.

해외 미술품 수요가 늘면서 외국 작가 작품에도 강한 매수세가 유입됐다.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A-Pumpkin [BAGN8]’은 역대 ‘호박’ 연작 중 가장 높은 가격인 33억4000만원에 팔렸다. 또 무라카미 다카시가 루이비통 트렁크 위에 높이 2.5m짜리 조각상을 올린 ‘판다’(32억원), 마르크 샤갈의 꽃그림(15억원), 이탈리아 작가 루치오 폰타나의 추상화(11억원) 등도 수십억원대에 새 주인을 찾았다.

온라인 경매, 250억원대 급성장

스마트폰, 인터넷을 활용해 중저가 미술품을 구입하는 젊은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경매시장도 급성장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 온라인 경매를 통해 거래된 그림 판매액은 작년(147억원)보다 70% 늘어난 218억원에 달했다. 두 회사 모두 한두 차례 경매를 남겨둔 상태여서 연말까지 전체 낙찰액은 25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온라인 경매 참여 인원도 3만~4만 명으로 추산된다.

경매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작년 초 계열사 K옥션온라인을 설립한 K옥션은 올 들어 50여 차례의 온라인 행사로 작년(76억원)보다 80% 증가한 11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작년 10월 온라인 경매 전용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를 설립한 서울옥션은 경매 품목을 기존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 인형 보석 시계 디자인 등으로 확대해 103억원의 낙찰액을 올렸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기 회복세가 이어져 유명 화가 그림에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낙관했다.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내년에는 김환기의 작품값 상승세가 장욱진 천경자 이대원 등 근현대 작가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국내 미술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일부 시각도 있다. 미술 연관산업인 부동산시장 침체로 그림값이 쉽게 치고 올라갈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일부 유명 화가의 그림값이 단기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리움의 개점휴업 장기화, 2019년 미술품 영수증의무화업종 편입 우려, 추급권 논란 등으로 비교적 어려운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