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미래에서 온 예술도시…브라보! 브라질리아
축구의 나라, 삼바 춤의 나라 브라질!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열정과 활기의 나라’ 브라질에서 만난 브라질리아(Brasilia)는 뭔가 살짝 다른 느낌이다. 예술적이면서 깨끗하게 정돈돼 있고, 장대하면서 비현실적일 만큼 미래지향적이다. 잘 구획된 거대한 조각공원을 보는 느낌이랄까. 브라질의 수도가 브라질리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브라질 하면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브라질리아가 브라질의 수도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60년의 일로 전형적인 계획도시에 속한다. 또한 브라질리아는 20세기에 건설된 도시 중 유일하게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비록 도시 역사는 짧지만 남미 내에서도 빠지지 않는 볼거리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신이경 여행작가 4balance@naver.com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 삼부광장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 삼부광장
주거지와 상업지구 분리로 초현실적 느낌

브라질리아에 들어서면 현대적이다 못해 초현실적인 느낌에 압도된다. 이는 주거지와 상업지구를 완전히 분리시켰기 때문인데 이런 도시구조는 슬럼화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와 제2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를 놔두고 브라질리아는 어떻게 브라질의 수도가 됐으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일까. 이 이야기를 하려면 브라질의 얼굴인 리우데자네이루부터 언급해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는 1565년 식민 지배를 위해 건너온 포르투갈인에 의해 처음 건설된 도시로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정세가 급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리우데자네이루 옆에 있는 상파울루로 분산된다. 대서양을 낀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만 비정상적으로 발전하고, 내륙도시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지체되는 좋지 않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브라질리아 국립박물관
브라질리아 국립박물관
이에 수도를 내륙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는데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주셀리누 쿠비체크는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겨버린다. 아무것도 없는 브라질 중부 고원에 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쿠비체크 대통령은 강력하게 도시 건설을 밀어붙였고 그의 재임기간 중 새 수도가 완성됐다.
주셀리누 쿠비체크 대통령 기념비
주셀리누 쿠비체크 대통령 기념비
막대한 물량을 투입해 완성한 건물은 하나하나 조각품을 연상시켰고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 유네스코도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현대적인 건물 즐비한 삼부광장

브라질리아 시내에 들어서면 아무래도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계획도시 특유의 맹점이지만 사람 사는 온기는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건물에 둘러싸여 있어 삼부광장(Three Powers Plaza)이라 이름 붙은 이곳 중앙에는 칸당구(Candangos)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칸당구는 원래 ‘하층민’이라는 뜻이지만 쿠비체크 대통령은 그들을 도시 개척의 으뜸 공로자로 변신시켜 손에 기다란 창을 쥐여줬다.

브라질리아 도시 전체를 디자인한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와 쿠비체크 대통령은 근대화된 도시가 평등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과도한 도시 건설 자금이 투입되면서 브라질의 국가경제는 휘청거렸다. 서민의 삶도 함께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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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아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플라나우투 궁전(Planalto Palace)을 필수 방문지로 꼽는 것은 이토록 현대적인 건물이 우아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플라나우투 궁전은 삼부광장을 이루는 세 개 부처 중 행정부 건물에 해당하는 곳으로 브라질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어 궁전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 건물에서 눈여겨볼 것은 독특한 외형이다. 니에메예르는 가느다란 기둥을 궁정 외관에 배치함으로써 건물이 최소한의 부분만 지면에 닿아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유도했다. 건물 외부에 해자를 연상시키는 연못을 배치하고 건물 입구를 경사로로 구성, 유럽의 고성 구조를 고스란히 도입했다. 현대적인 양식에 중세적 내용을 담은 독특한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플라나우투’는 ‘고원’이라는 뜻으로 브라질리아가 고원지대임을 암시하고 있다. 외관만 보는 게 아쉽다면 일요일에 진행하는 가이드투어에 참여해도 좋다.

신비한 분위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현대적인 외관의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브라질리아 내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이 건축물 역시 니에메예르의 작품으로 마치 조각품처럼 아름다운 외관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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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전형적인 형태는 없다는 듯 니에메예르는 왕관 혹은 짚을 묶은 듯한 형태의 건물에 연못이 건물 주위를 둘러싸도록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4복음서 저자를 형상화한 거대 조각상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어 경건한 분위기는 유지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허공을 나는 대형 천사 조각상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파란 색조의 천장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해 들어온 태양광과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들 강철 케이블에 매달린 천사상은 조각가 알프레두 세스시아티의 작품.

가톨릭 신자라면 색색의 타일로 된 세례당을 둘러보거나 지하묘소에 있는 ‘토리노의 수의’ 복제품도 만나보자. 대성당은 미사 시간을 제외하고 상시 개방하며, 미사는 매일 잠깐씩 진행된다.

브라질리아의 상징 주셀리누 쿠비체크

브라질리아 시내로 진입하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다리가 있다. 브라질리아 천도를 단행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주셀리누 쿠비체크 다리이다. 역시나 니에메예르의 작품인 이 다리는 비교적 최근인 2002년 완공된 이래 파라노아 호수 남동쪽 지역과 브라질리아 중심부를 연결하고 있다.
주셀리누 쿠비체크 다리
주셀리누 쿠비체크 다리
유네스코 브라질리아 페이지 첫 장을 장식할 만큼 주셀리누 쿠비체크 다리는 브라질리아의 상징으로 손색없는데 교각을 감싸는 세 개의 강철 아치가 마치 거대한 바다뱀이 먹이를 휘감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다리 구조를 가장 극명하게 실감하려면 3차선 도로를 따라 차로 건너는 방법이 가장 좋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흰색 아치와 저 아래 펼쳐지는 파라노아 호수의 기막힌 어우러짐이 ‘내가 브라질리아에 왔구나’ 하고 실감하게 한다.

물론 다리 위 산책로가 잘 마련돼 있어 걸어서 건너는 것도 괜찮다. 사진을 찍을 요량이라면 천천히 걸으며 다리를 건너보자. 브라질리아 시민들은 다리 밑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아름다운 파라노아 호수에서 카약을 타며 주말을 보내곤 한다. 남부 브라질리아로 건너가면 수많은 아트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어 도시 투어의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된다.

시푸드에서 바비큐까지 다양한 먹거리

축제의 나라답게 브라질 먹거리는 꽤 다채로운 편이다. 특히 사탕수수 증류주인 카샤사 베이스에 라임, 얼음, 설탕을 넣어 먹는 ‘카이피리냐’는 국민 칵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쌀, 콩, 카사바 전분은 브라질 요리의 핵심 재료로 원주민, 이민자, 아프리카 문화가 결합해 다양한 요리로 재탄생된다. 또한 바다, 삼림, 강, 평야를 두루 갖춘 덕에 식재료가 풍부해 지역요리가 잘 발달해 있다. 브라질리아 페더럴 지역 DF플라자에 자리 잡은 코코밤부 어아구아스 클라라스(Coco Bambu Aguas Claras)에서는 남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시푸드 요리를 선보인다.
해산물 요리
해산물 요리
웨이터의 깍듯한 매너가 돋보이는 이곳은 무엇보다 한화로 1만6000원부터 5만6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즐길 수 있어 점심, 저녁 아무 때나 가도 부담이 없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밤 12시까지 영업하며 목·금·토요일에는 새벽 1시까지 연장 영업한다.

같은 페더럴 지역의 아사 가우차 레스토랑(Asa Gaucha Restaurante)은 점심시간에 맞춰 남미 바비큐 요리를 선보인다. 손님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며 오전 11시45분에서 오후 2시45분까지 영업한다. 토요일은 한 시간가량 더 영업하며 일요일은 휴무.

역시나 같은 페더럴 지역의 망가이(Mangai)는 주셀리누 쿠비체크 다리의 멋진 경관을 한눈에 담으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채식주의 식단을 표방하는 이곳은 요일마다 문 여는 시간과 문 닫는 시간이 제각각이나 보통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방문하면 식사할 수 있다. 단 오후 3~6시에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어서 이용할 수 없다.

여행 메모

브라질리아에 가려면 보통 국적기로 유럽까지 날아가고 이후 중남미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 공동운항사인 라탐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브라질리아는 우리나라 정반대편에 있는 도시로 직항은 없다. 24시간이 넘게 걸리는 비행이므로 최소 2회의 경유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로스앤젤레스를 많이 경유했는데 요즘에는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와 같은 유럽 도시를 거치는 노선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행거리나 비용 면에서도 유럽을 경유하는 것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유럽에 도착한 뒤에는 상파울루로 이동, 국내선으로 환승해 브라질리아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브라질리아 국제공항은 시내 중심에서 13㎞가량 떨어져 있는데 1층이 입국장, 2층이 출국장이다. 차를 빌리고 싶다면 1층 렌터카 부스를 찾으면 된다. 공항버스를 이용하려면 공항터미널에서 우측으로 100m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탑승하면 된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30분 정도 걸리며 요금은 7유로다. 택시의 경우 15분가량 소요되며 20유로 안팎의 요금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