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전망대
독수리 전망대
‘2시간45분 만에 만나는 유럽’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극동 지방의 최대 도시다. ‘동방을 정복하라’는 뜻을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작과 끝이다. 최근 여행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기가 높아진 데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물가까지 저렴해서 여행 만족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항구도시라 킹크랩 등 저렴한 해산물을 즐기며 러시아 특유의 독특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가을은 선선하고 쾌적해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시기다. 아시아와 유럽이 공존하는 부동항(1년 내내 바닷물이 얼어붙지 않는 항구)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블라디보스토크 역과 독수리 전망대

독수리 전망대
독수리 전망대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표 관광지는 블라디보스토크 역이다. 유럽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이다. 이 기차역은 러시아 혁명 전에 지어진 건축물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역이라기보다 마치 작은 궁전이 연상되는 블라디보스토크 역사는 17세기풍으로 지어졌으며, 1층 내부 천장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벽화로 장식돼 있다. 1912년 세워져 수차례 복원 과정을 거친 이곳에서는 오늘날에도 모스크바, 베이징, 몽골 등 횡단열차 주요 정차지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된 열차는 실제로 운행했던 증기기관 열차이며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끝나는 구간의 총길이 9288㎞를 표시한 기념비가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심에 있는 독수리전망대도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독수리전망대에 서면 먼저 거대한 ‘금각교’가 눈에 띈다. 금각교 아래로 바다가 보이고 시야가 확 트인다. 독수리 언덕 부근까지는 이색적인 언덕 전차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 ‘소비에트의 샌프란시스코’를 꿈꾸며 1962년 만든 전차라 세월의 흔적마저 실감할 것이다. 독수리전망대에서 보는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여행의 향기] 시베리아 횡단열차 시작점이자 끝…'극동의 유럽'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와 잠수함박물관 이채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블라디보스토크의 번화가인 ‘포킨 제독 거리’로 이어진다. 일명 ‘아르바트 거리’는 한국의 대학로와 인사동을 합쳐놓은 것 같은 분위기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이 함께하는 이곳은 보행자의 천국이다.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인 푸시킨,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등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아르바트 광장에서 스탈린 양식의 거대한 외무부 건물까지 이어지는 이 거리는 젊은이들로 가장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분수 근처 벤치에서 쉬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고 상점에서 기념품 쇼핑을 할 수 있다. 카페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즐길 수도 있다. 아르바트 거리는 야경이 좋아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잠수함C-56 박물관도 꼭 가볼 만한 곳이다. C-56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잠수함으로 당시 독일 군함 10개 이상을 침몰시킨 유명한 태평양 함대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의 승무원들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항해한 영웅으로 추앙받았고, 대포를 보유한 빠른 속도의 잠수함은 전설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30번째 기념일부터 잠수함의 연혁과 자료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됐다. 선실, 기관실, 조타실, 어뢰실 등 잠수함 내부까지 세심하게 볼 수 있어 러시아 현지인들도 견학, 교육을 위해 많이 찾는다. 당시 입었던 군복은 물론 잠수함 축소 모형 등도 전시돼 있으며, 잠수함 뒤편에는 전쟁영웅들의 이름과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다.

샤슬릭, 보르쉬 등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

블라디보스토크는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한 곳이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으로 소고기, 양고기 등뿐만 아니라 채소, 해산물 등을 먹기 좋게 잘라 양념에 재놓은 뒤 꼬치에 꽂아 숯불에 고루 익혀 내서 먹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산적(散炙)’이 샤슬릭에서 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사워크림(스메타나)과 토마토소스 등 소스를 발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러시아 대부분의 집에서 샤슬릭에 필요한 재료나 도구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러시아인들이 가장 즐기는 일반적인 음식 중 하나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러시아의 김치찌개’라고 불리는 보르쉬도 러시아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수프의 일종인 보르쉬는 일상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요리이자 행복을 불러온다 하여 크리스마스, 결혼식 등 축제의 요리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김치찌개인 만큼 따뜻하게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차갑게 먹기도 한다. 한국의 김치찌개만큼 종류도 다양해 맑은 것과 걸쭉한 것, 비트나 고수를 넣은 것도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항구도시라 신선한 해산물을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한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킹크랩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해산물을 구매해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것도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의 묘미다.

러시아의 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보드카다. 보드카는 러시아어로 물(바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증류주로서는 전통이 깊어 14~15세기부터 이미 서민 사이에 즐겨 마시는 술이었다. 보드카는 1894년부터 현재까지 공식 도수는 40도라고 한다. 40도의 보드카가 몸에 가장 잘 흡수되며 최상의 술맛을 낸다고 한다. 독한 술이라는 선입관이 있지만 도수는 35~95도까지 다양하다. 작은 잔에 따라서 원액 그대로 마시거나 칵테일의 원료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여행정보

블라디보스토크는 겨울이 길고 춥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덥지 않고 습기도 적은 여름에서 가을 사이.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러시아 화폐는 루블이며 1루블은 19.50원이다. 소액의 화폐로 환전해야 사용하기 편리하며, 한국에서는 KEB하나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다. 전압은 한국과 같으므로 따로 어댑터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투어벨여행사에서는 2시간45분이면 갈 수 있는 유럽 블라디보스토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적기를 이용하며 러시아 현지 특식인 킹크랩, 샤슬릭과 보드카를 즐길 수 있다. 전 일정 관광, 노옵션으로 진행되는 상품이다. 54만9000원부터.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