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이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서서히 훼손되던 광릉(光陵)의 자연경관이 원형을 회복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광릉은 조선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들어 있는 무덤이자 조선 최초의 동원이강릉(同原異岡陵)이다. 동원이강릉은 서로 다른 언덕 위에 왕과 왕비의 능을 둔 무덤을 뜻한다.

문화재청은 광릉 조경을 복원하기 위해 세조릉과 정희왕후릉 사이에 무성하게 자라던 나무와 풀을 제거하고 잔디를 심는 정비작업을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1915년 간행된 ‘조선고적도보’를 보면 세조릉과 정희왕후릉의 중간에는 나무가 없지만 현대에 들어 삼림 관리를 하지 않아 왕릉의 제사 건물인 정자각 뒤쪽까지 자랐다. 그 결과 세조릉에서 정희왕후릉이 보이지 않게 됐다. 세조 아들인 예종과 그의 계비인 안순왕후가 묻힌 고양 창릉(昌陵) 또한 동원이강릉이지만 왕릉과 왕비릉 사이에는 나무가 없어 상대 무덤이 잘 보인다.

김흥년 조선왕릉관리소 전통조경팀장은 “광릉의 무덤들 사이에 뿌리내린 나무는 수령 80~90년 정도 된 소나무, 참나무, 낙엽수 등이었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광릉이 지닌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