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오른쪽)가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췌장 낭성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동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오른쪽)가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췌장 낭성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내시경 초음파 시술로 췌장 낭성종양을 치료했더니 환자의 89.2%에서 치료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종양뿐만 아니라 췌장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외과적 수술보다 부작용이 적어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된다.

서동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내시경 초음파 시술로 췌장 낭성종양 환자 158명을 치료한 뒤 최소 50개월에서 최대 85개월 동안 경과를 추적 관찰했더니 141명(89.2%)의 환자에게서 종양이 없어지거나 꾸준히 관찰만 해도 될 정도로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28일 밝혔다. 141명 중 114명(72.1%)은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다. 이들 중 6년간 췌장 낭성종양이 재발한 환자는 2명뿐이었다.

낭성종양은 물혹이라고도 불린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췌장암으로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발견되면 대부분 외과적 수술을 통해 조기에 잘라낸다. 하지만 이때 종양뿐만 아니라 췌장 일부를 같이 잘라내야 한다. 췌장은 글루카곤, 인슐린 등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나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여서 일부만 잘라내도 혈당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 장애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내시경 초음파 시술은 입으로 초음파가 장착된 내시경을 넣어 췌장의 낭성종양을 찾아낸 뒤 미세한 침으로 안에 들어 있는 물을 빼내고 에탄올이나 소량의 항암제를 넣어 낭성종양 세포를 괴사시키는 치료법이다. 췌장의 일부를 잘라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췌장 기능이 유지돼 당뇨가 생기지 않는 데다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합병증도 적었다. 연구 대상 환자 가운데 16명(10.1%)에게서만 합병증이 발생했다. 외과적 수술에 비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약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이 치료법은 윌리엄 브루기 하버드 의대 교수가 2005년 국제학술지 ‘가스트로인테스티날 엔도스코피’에 논문을 내면서 처음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같은 해 서 교수가 최초로 시행했다. 서 교수는 “이전까지 단기간 임상 결과에 대한 논문 발표는 여러 번 있었지만 평균 6년가량의 장기간 임상 결과는 이 논문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내시경 초음파 시술은 회복 속도가 매우 빨라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번 연구는 췌장 낭성종양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5~6㎝인 경우로 한정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내시경 초음파 시술의 적용 범위를 더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지에 최근 실렸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