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김순애 '사월의 노래'
우리 가곡 ‘사월의 노래’ 작사자는 박목월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라는 첫 구절부터 고상한 분위기가 풍긴다. 시인이 여학교 교편을 잡았던 시절, 소녀들의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쓴 것이라 한다. 지금은 80대 중반이 되었을 할머니들이 그 시절에 이렇게 고전에 심취했던 것이다. 노래가 그저 소녀 취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라는 후렴구는 봄에 대한 격조 높은 예찬이자, 어쩌면 이 노래가 나온 지 8년 뒤에 벌어질 4·19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작곡자 김순애(사진) 역시 이 후렴구에 부풀어 오르는 희망과 염원의 음표를 담았다. 오늘은 4월19일이다. 기왕에 ‘생명의 등불’이 3년째 소식 없는 세월호 실종자들을 수습하는 상황과도 연결됐으면 한다.

유형종 음악·무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