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세계 금융시스템 흔드는 큰손들의 '은밀한  만남'
미국 헤지펀드인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창립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2010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다. 이 포럼의 신참 격인 스카라무치는 호텔 복도에서 당시 씨티그룹 CEO인 비크람 판디트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 자리에서 씨티그룹이 운용하는 헤지펀드 중 40억달러 규모 포트폴리오를 자신이 운용하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그 덕분에 스카이브리지 운용자산은 하룻밤 새 6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금융분야 엘리트들은 그들이 가진 힘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금융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컨설팅 기업 비욘드글로벌 창립자인 산드라 나비디는 이들 금융 엘리트를 돈, 권력, 인재, 정보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슈퍼허브’라 칭한다. 그는 거시경제 분석 컨설턴트로서 접촉한 슈퍼허브들의 관계와 권력, 호사와 특혜를 누리는 그들의 세계를 그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인 조지 소로스 같은 사람들은 네트워크 권력을 활용해 금융계와 경제, 사회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중앙은행(BOE) 등의 수장들은 예금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금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WEF,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싱크탱크 모임 등을 통해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인사들은 개인적 인맥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관계는 이른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오가는 ‘회전문’ 이동을 통해 공고해지고 있다. 이런 교차 이동은 이해관계 충돌 문제를 일으키지만 슈퍼허브로서 입지를 구축하는 강력한 방법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사모펀드인 워버그핀커스에 들어갔다.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과 헨리 폴슨은 각각 골드만삭스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저자는 “근래의 금융위기는 슈퍼허브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변화에 저항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슈퍼허브들에 금융 시스템을 더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 시스템이 자기조정을 통해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슈퍼허브들의 독점적 네트워크 구조를 바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