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베레조프스키·몬테로…피아노 거장 3색 무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터치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피아노 거장들이 올봄 국내 클래식 무대를 수놓는다. 백건우(71)의 섬세하고 시적인 연주, 보리스 베레조프스키(48)의 강렬하고 폭발적인 타건, 가브리엘라 몬테로(47)의 자유로운 즉흥 연주 등 개성 넘치는 공연이 잇달아 펼쳐진다.

한국 1세대 피아니스트로 따뜻한 감수성과 깊은 사색이 묻어나는 연주를 들려주는 백건우는 29일부터 7월15일까지 총 18회에 걸쳐 32곡에 이르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 대장정에 나선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는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대장정의 첫 무대는 충남 예산 충남도청문예회관(29일)에서 열린다. 베토벤 소나타 20번과 1번, 15번(전원), 8번(비창) 등 친근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이어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3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4월11일), 부산 영도문화예술회관(4월14일), 인천 엘림아트센터(4월22일) 등 전국을 돌며 공연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빈체로 관계자는 “전국을 도는 대장정을 펼치며 국내 클래식계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라 몬테로
가브리엘라 몬테로
‘건반 위의 불곰’이라고 불리는 베레조프스키의 공연은 오는 5월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장으로 꼽히는 베레조프스키는 190㎝가 넘는 큰 키와 체격에서 나오는 막강한 힘으로 역동적이고 힘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다. 러시아 피아니즘은 라흐마니노프, 호로비츠로부터 이어진 러시아 특유의 현란한 기교와 세련된 감수성을 일컫는다. 7년 만에 여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시카’를 연주한다.

베레조프스키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을 알리고픈 욕망에서 큰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며 “스트라빈스키의 곡으로 한국 팬들에게 폭발적인 피아노 에너지를 분출해 들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바로크 색채가 강한 스카를라티의 ‘5개의 피아노 소나타’도 함께 들려준다. 그는 “스카를라티 작품은 포크음악과 비슷하다”며 “러시아 음악과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가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몬테로는 다음달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몬테로는 클래식계에서 보기 드문 즉흥 연주의 대가다. EMI 레이블로 즉흥곡들이 담긴 음반 ‘바흐 앤드 비욘드’ ‘바로크’ 등을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남미 대표로 초청받아 요요마, 이츠하크 펄먼 등 거장들과 함께 연주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1부에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 브람스의 ‘인터메조’ 등 정통 클래식을 들려주고 2부는 즉흥 연주로만 채운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관객들이 즉석에서 불러주는 멜로디를 듣고 몬테로가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즉흥 퍼레이드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