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레오시 야나체크 오페라 '예누파'
대기만성 작곡가인 체코의 레오시 야나체크가 50세에 완성한 오페라 ‘예누파’(1904)는 우리 시골에서도 벌어졌을 법한 토속적 상황을 감동적이고 세련되게 그려낸다.

예누파는 사촌 슈테바와의 결혼을 원하지만 큰아버지의 후처가 데려온 다른 집안 출신인 사촌 라차가 얼굴에 큰 상처를 입히면서 슈테바에게 버림받는다. 수개월 후 예누파의 양모는 예누파가 몰래 낳은 슈테바의 아이를 강물에 버리고는 아이가 병사했으니 라차를 남편으로 맞으라고 한다. 결혼식 날 아이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간의 모든 허물이 드러난 예누파는 라차에게 자기 곁을 떠나라고 하지만, 라차는 자기 탓에 버림받은 예누파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상대의 허물조차 받아들여야 진정한 사랑임을 가르쳐주는 동시에 자기 허물을 먼저 인정해야 사랑이 가능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