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비에 젖어
비 오는 날 창밖을 내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사물의 색이 빗물에 번져 평범한 거리도 낭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또한 비 오는 날의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러시아 사진가 에두아르트 고르데예프는 이런 사진을 얻기 위해 비 오는 날에만 사진을 찍는다. 젖은 유리를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곳곳을 카메라에 담는다.

특히 저녁 무렵 가로등과 건물의 조명이 켜지면, 빛이 인상파 화가의 붓자국처럼 거리를 그림처럼 바꿔놓는다. 수백 개의 다리가 있는 운하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이렇게 비에 젖어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