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영훈씨(22)는 최근 서점에서 《다이어리북 5년 후 나에게 Q&A a Day》(토네이도)를 샀다. 각 페이지에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같은 질문이 모두 365개 쓰여 있고 밑에 독자가 직접 답을 적는 내용이다. 하루에 하나씩 5년 동안 반복적으로 질문에 답한 뒤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정씨는 “최근 취업과 군입대 등 신경써야할 일이 많았는데 이 다이어리북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얘기를 듣고 구입했다”며 “질문에 대답하다보니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점가에서 다이어리북이 인기다. 다이어리북은 일정관리만 도와주는 다이어리와 달리 삶의 장기적인 설계를 도와주는 수첩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매년 12월에 팔린 다이어리북은 2012년 750권에서 지난해 6794권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지난 23일까지 9799권이 팔렸다. 유승연 예스24 대리는 “다이어리북의 핵심은 독자와 책의 소통”이라며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생 관리' 다이어리북 잘 나가네!
문구용품업체 등이 제작하던 기존 다이어리와 달리 다이어리북은 출판사가 내놓는다. 일정표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격언이나 삽화를 넣는 등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편집의 방향성도 확실해야 해서다. 예스24에서 지난달 1일 이후 가장 많이 팔린 《5년 후 나에게 Q&A a day》(토네이도)는 미국 크라운출판그룹의 자기계발서 브랜드인 포터스타일이 처음 펴냈다. 쪽마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는가’ 등의 질문이 하루 하나씩 쓰여 있고 그 아래에 독자가 직접 답을 적게 돼 있다.

별도의 개인 저자가 썼거나 특정 회사와 개인이 함께 쓴 경우도 많다. 같은 기간 판매량 10위 안에 든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365》(책들의정원) 《순간을 기록하다 for love》(북라이프) 《감정 다이어리 북》(위즈덤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출판사들은 이런 흐름을 타고 새 다이어리북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예스24 다이어리북 베스트셀러 10권 중 8권은 올해 신간이다. 그중에서도 6권은 지난달과 이달에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사 자회사인 한국경제매거진은 사흘 단위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뻔뻔한 작심삼일 다이어리》를 지난달 내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전통적인 의미의 책과는 다른 유형의 시장이 등장한 것”이라며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된 시대에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향수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