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왜 흥하고, 왜 망했는가…'경제의 눈'으로 본 세계사
13세기 몽골은 태평양에서부터 아시아, 동유럽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100만~200만명에 불과한 소수민족이었지만 1억명이 넘는 정복지 주민을 다스렸다. 몽골은 정복한 땅의 사람들을 관용과 포용으로 대하며 제국 안으로 끌어들였다. 적의 장수와 병사를 자국 군대에 편입시키고 정복지역의 종교도 배척하지 않았다.

몽골이 150년간 대제국을 유지한 결정적 비결은 글로벌 무역네트워크였다. 실크로드, 초원길, 이슬람 도로망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자유무역을 활성화했다. 송나라 때부터 쓰인 지폐만 사용해 단일 화폐경제권을 구축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거대 경제권을 유지했다.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는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경제학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정리한 교양서다. 왜 어떤 나라는 번성하고 어떤 나라는 쇠퇴했는지, 무엇이 시대의 변혁을 가져왔는지 설명한다. 한 시대의 사상, 철학, 문화 제도를 변화하게 만든 원인을 경제적 관점을 통해 조명한다. 이 책은 인류의 태동부터 원시·고대·중세를 거쳐 근대·현대사까지 아우른다. 수렵·채집에서 농업 사회로 이행하면서 축적과 교환이 시작됐다. 교역을 통한 경제적 풍요를 토대로 그리스에서 인류의 생각이 깨어난 과정도 담았다. 근대 경제의 질주와 함께 그 이면에 첨예해진 빈부 격차와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난 경제적 여건도 살펴본다. 세계화와 빈발하는 경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보화에 이은 융·복합 혁명이 가져올 미래도 예상해 본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전쟁과 약탈의 역사였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에야 비로소 정해진 파이를 놓고 한쪽 몫이 늘어나면 다른 쪽은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났다는 것. 시장경제의 발전으로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짐에 따라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각 장마다 과거 역사와 현재의 이슈를 함께 생각해 보는 부분을 담았다. 최근 국내에서는 해운회사 구조조정과 관련해 해운동맹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해운동맹의 뿌리는 12~13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한자동맹이다. 라인강과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덴마크, 영국, 네덜란드 등 경쟁 지역에 대항해 공동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 해운동맹도 운임 경쟁력을 갖추려는 여러 나라 해운 회사들이 뭉쳐 발전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제의 역사는 그만큼 오래됐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