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어머니의 나라' 알리게 돼 영광"
“어린 시절을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한국 사람인 외할머니·외할아버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당시 집에서는 설을 쇠고 떡국을 먹었어요. 한국에 와보니 보편적인 모습이어서 저도 모르게 한국에 애정이 가더라고요.”

지난달 국내에 번역돼 나온 장편소설 《속초에서의 겨울》(북레시피)을 쓴 프랑스 여성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24·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2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프랑스 태생인 뒤사팽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최근 이 작품으로 프랑스·독일어권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2016 로베르트 발저상’을 받았다.

《속초에서의 겨울》은 속초의 한 펜션에서 일하는 프랑스·한국계 혼혈 여성과 그곳을 방문한 프랑스인 만화가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여자 주인공을 혼혈로 설정한 것은 이 인물 속에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했기 때문이다.

“속초는 북한에서 가까워 군대 초소와 철조망 등 단절을 상징하는 것이 많습니다. 혼혈로 태어나 서양에서는 아시아인으로, 아시아에서는 서양인으로 여겨지며 소통의 단절을 겪었던 내 모습을 속초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뒤사팽은 “프랑스에서 이 작품을 읽어보고 속초에 가보고 싶다는 독자가 매우 많다”며 “프랑스에 한국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소개를 위해 프랑스 대중매체에 나와 아리랑 노래를 배경으로 한국말로 인사하고 한국에 관해 설명하기도 했다. 뒤사팽은 “독일어, 스페인어 번역 계약을 맺었고 영어와 동유럽권 번역도 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어머니의 나라를 프랑스에서 알리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재일동포에 대한 내용이라고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산 외할아버지를 통해 당시 상황에 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며 “재일동포들도 일본에서 정체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하다고 여겨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