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불화 공개…"고유 색감 남아있는 수작"

1970년대 초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넘어갔던 '송광사 오불도'가 40여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지난 8일 미국 포틀랜드박물관에서 환수한 송광사 오불도를 공개하고, 본래 소장처인 전남 순천 송광사로 불화를 옮겼다.

가로 117㎝, 세로 157㎝ 크기인 송광사 오불도는 '관약왕약상이보살경'(觀藥王藥上二菩薩經)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인 '오십삼불도' 중 하나다.

전남 순천 송광사 불조전에 있는 오십삼불도는 조선시대 후기 화승인 의겸이 1725년 제작했으며, 칠불도 1폭, 구불도 2폭, 십사불도 2폭, 오불도 2폭 등 7폭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오불도 2폭은 1969∼1970년 진행된 불조전 보수공사 과정에서 다른 전각으로 옮겨졌다가 1970년대 초반에 사라졌다.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86) 씨는 인사동 골동품점에서 송광사 오불도 한 폭을 구입한 뒤 1985년 미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갔고,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불화를 기탁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포틀랜드박물관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송광사 오불도가 도난 문화재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조계종과 함께 마티엘리 씨를 설득해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환수 작업에 참여한 조계종 관계자는 "의겸의 불화는 상당수가 보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며 "1980년대 이후 보수한 불화는 원래 색감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송광사 오불도는 고유한 색감이 남아 있는 수작"이라고 평했다.

그는 "오십삼불도는 송광사와 선암사 불교 신앙의 결정체"라며 "오불도의 부처 옆에는 시주한 스님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윤 조계종 문화재팀장은 "송광사 오불도는 문화재 환수의 모범 사례"라며 "보통은 경매에서 문화재를 구매해 환수하는데, 이번에는 소장자가 아끼던 불화를 조건 없이 기증했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송광사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대웅전에서 봉안식을 개최하고, 내년 1월 30일부터 2월 25일까지 불화를 전시할 예정이다.

송광사 주지 진화 스님은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성보박물관이 개관하면 마티엘리 씨 부부와 포틀랜드박물관 관계자를 초청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표할 것"이라며 "포틀랜드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두 기관의 문화재를 교차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화 스님은 "또 다른 오불도 한 폭과 1975년 도난당한 16국사 진영도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은 "송광사 오불도 환수를 계기로 도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문화재가 도난당하지 않도록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