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아이다
연말은 여름 휴가철과 함께 뮤지컬 대작이 가장 많이 공연되는 시기다. 뮤지컬 기획·제작사들은 송년 모임 등으로 관람 수요가 증가하는 공연계 최성수기에 맞춰 야심작을 내놓고 치열한 관객 확보 경쟁을 벌인다. 이른바 ‘연말 뮤지컬 대전’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에서 흥행성을 인정받은 라이선스 대작부터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해외 신작, 아날로그 감성에 호소하는 창작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 진검 승부를 펼친다.

◆돌아온 아이다·팬텀·몬테크리스토

디즈니 인기 뮤지컬 ‘아이다’와 지난해 초연 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팬텀’, 2010년 초연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몬테크리스토’가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올 겨울 시즌 가장 주목받는 라이선스 신작인 닐 세다카의 ‘오!캐롤’, 휘트니 휴스턴의 ‘보디가드’와 함께 연말 ‘5파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이 오른 ‘아이다’는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라이온 킹’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는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로 잘 알려진 내용을 시대와 역사를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윤공주와 장은아가 타이틀 롤을 번갈아 맡는다. 암네리스 공주는 아이비와 이정화, 라다메스 역은 김우형과 민우혁이 연기한다.

오는 2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하는 ‘팬텀’은 프랑스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옮겼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동명 뮤지컬이 원작 소설을 뮤지컬 문법에 충실하게 재구성했다면 이 작품은 개작(改作) 수준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현란한 성악 기교와 격정적인 파드되(발레 2인무), 정교하고 웅장한 영상과 무대 세트, 호화로운 의상 등 다채롭고 화려한 무대를 보여준다. 박효신이 초연에 이어 팬텀 역을 맡았다. 박은태와 전동석이 팬텀에 합류했다. 다에는 김소현과 김순영, 이지혜가 연기한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몬테크리스토’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남자 에드먼드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와 벌이는 복수를 그린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소설을 프랭크 와일드혼(작곡), 잭 머피(대본) 콤비가 무대화했다. 배우의 퍼포먼스와 조명 기술이 3D 영상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보여주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무대 미학이 일품이다.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카이가 몬테크리스토를 연기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등 감성 뮤지컬 주목

올 겨울 시즌 무대에 오르는 국내 창작뮤지컬이 라이선스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얼마나 선전할지도 주목된다.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맑고 서정적인 시어를 남기고 굴곡진 현대사 앞에 스러져간 시인 백석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다. ‘여우난 곬족’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등 백석의 서정시가 피아노 반주와 함께 애절하고 서정적인 가락이 돼 흐른다.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백석 역, 정인지와 최연우가 자야 역을 연기한다.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그 여름, 동물원’은 1988년 고 김광석과 그룹 동물원 멤버들이 처음 만나 국내 최고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실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거리에서’ ‘혜화동’ ‘변해가네’ 등 동물원의 명곡들을 무대에서 100% 라이브 연주로 들려준다. 가수 홍경민과 JTBC ‘히든싱어 김광석 편’의 준우승자 최승열이 김광석 역, 배우 이정열과 임진웅이 동물원 리더 김창기 역을 맡았다.

다음달 20일부터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무대에 오르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21세기 ‘버려진 구식 로봇들의 일상’이란 미래지향적 소재를 지글지글한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과 어쿠스틱한 음악을 통해 풀어낸다. 김재범, 정문성, 전미도, 이지숙 등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