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서 백제, 고구려, 통일신라 도로 확인…官자 찍힌 토기 조각도 출토
북문터 안쪽에서 확인된 5기의 도로는 격자모양으로 구획된 포장도로로, 가장 큰 것은 폭이 13m에 이른다. 특히 북문을 통과하는 문도(門道)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1호 도로는 백제가 처음 개설해 사용한 후 고구려가 그 위에 도로를 개축해 이용한 중층도로로 조사됐다. 또 도랑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조성된 또다른 도로가 있는 것으로 봐 1개의 도로가 3개의 노면으로 이뤄진 ‘1로(路)3도(道)’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된 도로는 몽촌토성 안쪽에서 시작돼 북문을 지난 뒤 바깥으로 나가 40m 정도 이어지다가 풍납토성 방향인 북서쪽으로 휘어진다. 풍납토성은 몽촌토성에서 약 700m 떨어져 있는데 이 도로가 두 성을 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중균 한성백제박물관 책임조사원은 “발굴된 도로는 풍화토와 잡석, 점토를 섞어서 워낙 단단하게 다져 수레바퀴 흔적이 남지 않았다”며 “여러 모로 상당히 공들여 만든 도로”라고 말했다.
구덩이 흔적 18기, 고랑 터 1기를 비롯해 관청을 의미하는 ‘관(官)’자가 좌우가 바뀐 채 찍힌 토기 조각도 출토됐다. 이 토기는 4~5세기 백제 한성도읍기를 대표하는 양식인 직구단경호(直口短頸壺·주둥이가 곧고 입이 짧은 항아리)다. 박 조사원은 “대규모 도로 유적과 ‘관’자 토기는 몽촌토성이 백제의 또 다른 도성이었음을 입증하는 유물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규모 도로 유적과 연결된 또 다른 도로 유적에서는 고구려가 길을 개축하면서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 회전 교차로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혁희 한성백제박물…관 조사원은 “이미 1980년대 몽촌토성 발굴에서 고구려 토기가 많이 출토됐다”며 “이번 발굴 결과로 고구려가 몽촌토성을 함락시킨 뒤 철군한 것이 아니라 점유·활용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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