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르네 마그리트 '피레네 성'
1959년 제작한 ‘피레네의 성’도 육중한 바위섬이 하늘에 떠 있게 배치해 시각적인 충격을 준다. 자연법칙을 극적인 방식으로 넘어서기 위해 거대한 바위를 등장시켰다. 이제껏 예측 가능하던 시공에 대한 관점을 뒤집고 시공간의 상대성을 색다르게 시각화했다. 거대한 바윗덩어리 위에는 옅은 황토색으로 채색한 중세 양식의 성곽이 자리하고 있다. 성의 형태는 이미 그 자체로 기존의 현실 세계에서 분리된다. 어쩌면 20세기 산업화의 격랑 속에서 고립돼가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외감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일본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그림을 모티브로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해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를 보여줬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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