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200년 된 미국 '정치바이블'…"비도덕한 정부 행동 막아야"
《페더랄리스트 페이퍼》는 독립선언문, 헌법과 함께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신성한 글로 여겨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헌법 해석을 위해 인용하는 가장 권위 있는 주석서이자 국가와 개인의 문제 등 현대 정치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정치사상서다.

미국 헌법 제정을 위해 필라델피아 헌법제정회의에 뉴욕 대표로 참석한 알렉산더 해밀턴과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는 1787년 10월부터 인디펜던트 저널 등에 새 헌법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글을 싣는다. 1788년 8월까지 총 85편을 발표했다. 이 글들을 ‘페더랄리스트 페이퍼’라고 부른다.

[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200년 된 미국 '정치바이블'…"비도덕한 정부 행동 막아야"
매디슨은 입법권과 행정권이 동일인이거나 사법권이 입법권과 행정권으로부터 분리되지 않는 경우 자유는 존재할 수 없으며, 침해하는 본성을 가진 권력이 주어진 한계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야 한다고 말한다. 매디슨에 따르면 정의는 정부의 목적이며, 시민사회의 목적이다. 좋은 정부는 두 가지 요건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는 국민 행복이라는 정부의 목적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며, 둘째는 그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떤 정부는 두 가지 요건이 다 부족하며, 대부분의 정부는 첫 번째 요건이 부족하다.

해밀턴은 반(反)연방주의자들에게 당시 계획 중인 연방제를 채택함으로써 공화정부에 보장되는 추가적인 자유와 번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연방은 지방의 파벌 형성과 폭동을 억제하고, 개별 주에서 지도자나 지지자들로부터 신망과 영향력을 얻어 폭군으로 변할 수 있는 개인의 야심을 규제할 수 있다. 식민지 연맹의 해체로 초래될 수 있는 외국의 음모를 방지하고, 연맹이 해체된 상황에서 주들 간 벌어질 수도 있는 전쟁으로 인한 군사기구 확장을 방지할 수 있다. 모든 주에 대해 공화주의 형태의 정부를 보장하고 귀족 칭호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며, 모든 시민에게 상호 불신을 심거나 도덕을 실추시키는 주정부의 행동을 경계할 수 있다.

해밀턴은 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양심과 이해에 따라, 정확하고 엄숙한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자신만의 의무이자 사회의 끈을 형성하는 의무에 의해 강제적으로 부여되는, 충실하고 정직하게 이행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해밀턴과 매디슨, 제이의 글들이 200여년이 지난 요즘 새삼 우리의 귀를 쟁쟁하게 울린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최순실 파문’에서 민주주의의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수단만 난무한 비리와 부정부패의 총체적 모습을 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은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의 부패와 갈등, 분열일 수 있다. 이런 초유의 사태를 맞은 우리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사회의 끈을 형성하는 의무’에 의해 강제적으로 부여되는 소명을 충실하고 정직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해밀턴의 말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알렉산더 해밀턴·제임스 매디슨·존 제이 지음, 김동영 옮김, 한울, 540쪽, 2만2000원)

이경희 < 서울 강서도서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