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현홍 '키스하기 좋은 장소'
강렬한 햇빛이 비쳐 건물 한쪽 면에 짙은 그림자가 졌다. 사진만 봐선 무얼 찍은 것인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오후에 키스하기 좋은 장소’라는 제목을 알면 이해가 간다. 저렇게 어두운 골목 안이라면 낮에도 남의 시선을 피해 입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사진가 현홍의 ‘키스하기 좋은 장소’ 시리즈의 하나다. 현씨는 아침에, 낮에, 밤에, 꿈속에 키스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모두 기하학적 앵글의 흑백 사진들이다. 보는 사람들은 사진을 대하는 순간 그곳에서 입 맞추는 장면을 떠올린다.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키미아트 29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