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겸재 정선(1676~1759)은 관념산수가 판치던 조선시대에 우리 고유의 미감을 담은 독자적 화풍인 ‘진경산수’를 개척해 회화사에 큰 자취를 남긴 화선(畵仙)이다. 말년에 자연을 벗 삼아 은둔을 즐기던 겸재는 1751년 병상의 친구 이병연의 쾌유를 비는 마음을 담아 인왕산의 암벽 풍경을 극적으로 잡아냈다. 바로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다.

‘금강전도’ ‘박연폭포’와 함께 겸재의 3대 명작으로 꼽히는 이 그림은 1984년 국보 제216호로 지정됐다. 소나기가 흩고 지나간 인왕산을 삼청동과 청운동 쪽에서 바라보고 그렸다. 비에 젖은 인왕산 암벽의 중량감에 산 아래 낮게 깔린 구름과 수목의 경량감을 대비시켜 가파른 산세를 돋보이게 했다. 웅장하고 거친 인왕산은 담묵(淡墨)과 농묵(濃墨)의 조화 속에 더욱 활기가 넘친다. 날씨 변화에 대한 감각 표출과 실경의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기교에서 거장의 관록과 기량을 엿볼 수 있다. 이 그림은 현재 삼성미술관 리움의 중요 소장품 리스트에 올라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