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최고 80㎜ 장대비…"추가 피해 막아라" 긴급복구 속도
"복구 덜 끝났는데" 피해 주민 한숨…행정 당국 비상근무


태풍 '차바'로 쑥대밭이 된 울산, 경주 등 동·남해안 지역은 주민, 공무원 등이 응급복구에 본격 나섰으나 또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예보로 초비상이다.

태풍으로 무너지고 부서지고 떠내려간 시설에 임시 복구를 시작한 상황에서 7∼8일 최고 80㎜의 비가 온다는 소식에 걱정이 태산이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뒤라 복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그렇게 많지 않은 양의 비에도 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와 전남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행정당국은 추가 피해를 막고 복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 최고 80㎜·지리산 120㎜ 이상 비…추가 피해·복구 차질 우려
태풍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울산은 7일 밤부터 다시 비가 온다는 소식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울산기상대는 이날 밤부터 8일 밤까지 울산에 30∼80㎜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해안, 산간 등에는 국지적으로 100㎜ 이상이 쏟아질 수 있다고 했다.

평소라면 넉넉한 양의 비가 오는 정도지만, 현재 울산 상황은 이런 비만으로도 위태로울 수 있다.

수해 복구를 하는 곳, 아직 막혀있는 배수구, 배수로 등으로 다른 피해가 날지도 모른다.

제주에도 이틀간 돌풍이 불고 30∼80㎜의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태풍 피해 주민이 애를 태우고 있다.

제주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진 피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이 들이닥쳐 물난리를 겪은 경북 경주와 포항에도 이틀간 최고 80㎜가 내릴 전망이다.

8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 시간당 30㎜ 이상 강한 비가 내린다.

돌풍이 불고 천둥·번개가 치는 곳도 있어 산사태, 하천 범람 등에 대비가 필요하다.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은 120㎜가 넘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창원기상대는 "산지와 내륙에 있는 도로는 태풍으로 지반이 물러 추가 산사태와 토사 유출 위험성이 높고, 계곡이나 하천은 짧은 시간에 많은 비로 급격히 물이 불어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창원기상대는 8일 아침부터 거제시와 거창군에 호우 예비특보를 내렸다.

◇ '추가 피해 막아라'…복구 총력전
울산시 등은 우선 태풍 피해가 큰 곳을 중심으로 복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공무원, 경찰, 군부대, 자원봉사자, 강원도 속초시 공무원 등 민·관·군 7천여 명을 7일 복구에 투입했다.

이들은 수해가 극심한 중구 태화시장, 우정시장, 태화강 십리대숲, 삼호철새공원,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등에서 지하층 물을 빼고 배수로를 뚫었다.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상품, 집기류, 밀려온 쓰레기 등도 비가 내리기 전에 치울 계획이다.

대규모 인력 투입으로 아수라장이던 시장길이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등 조금씩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농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정 집계한 피해만 농경지 침수·매몰·유실 1천343㏊, 낙과 45㏊, 저수지 붕괴 1곳, 비닐하우스와 축사 20채 파손, 가축 7천500마리 침수 등이다.

울산 농민과 관계 기관은 주말에 내릴 비에 대비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조사와 응급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제주도는 피해 복구에 행정시 공무원과 경찰, 해병대 제9여단 장병 등 1천700여 명을 동원했다.

제주시 조천읍과 구좌읍, 우도면, 서귀포시 표선면, 성산읍, 남원읍 등 주택과 비닐하우스 파손 등 피해를 본 농촌에도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비 때문에 차질을 우려한다.

한국전력 협력업체는 사흘째 정전된 산간 782가구에 전기 공급을 서두르고 있다.

경주와 포항에는 7일 아침 일찍부터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응급복구에 나섰다.

산사태로 막힌 도로를 다시 뚫고 무너진 제방을 쌓는 등 정상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다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나고 복구도 늦어질까 걱정한다.

경주와 포항에 인력 2천900여 명과 장비 154대를 투입해 도로와 하천을 임시 복구하고 침수 주택 청소 등에 집중하고 있다.

태풍으로 전남에서는 공공·사유시설 등 파손은 다행히 많지 않았지만, 농작물에 피해가 커 다시 많은 비가 내리면 복구에 차질을 빚는다.

전남에 다시 비가 내리자 농민 손길도 바빠졌다.

태풍으로 벼 쓰러짐 857㏊, 배·단감 등 낙과 727㏊, 농경지 침수 20㏊ 등 피해가 났다.

농민들은 콤바인 등을 동원해 쓰러진 벼를 추수하고 있으나 벼가 더 젖으면 이마저도 어려워 시름이 깊어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응급복구나 피해조사가 시급한 상황에서 큰비 예보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추가 피해가 나지 않도록 공무원, 농민 등이 합심해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태풍에 파손된 기물과 쓰레기로 난장판이 된 부산 해운대·송정·송도·다대포 해수욕장 등 해안가에서도 53사단 군인 1천여 명을 비롯해 각 구청 직원 300여 명이 임시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긴급복구를 절반도 끝내지 못했다.

◇ "복구 한창인데 또 많은 비가 온다니…"
울산시 중구 태화시장 한 상인은 "이제야 가게 내부를 비우고 정리를 하려는데, 다시 많은 비가 오면 복구에 차질이 클 것이다"며 "그저 많지 않은 비가 조용히 지나갔으면 한다"고 하늘만 쳐다봤다.

제주 피해 농가 오중배(59)씨는 "많은 사람이 비닐하우스 복구를 도와줘 고맙기는 하나 단순 작업에 그치고 있는 데다 비까지 와서 그마저 끊길까 걱정이다"고 했다.

태풍으로 280㎜의 폭우가 쏟아져 큰 피해가 난 경주 양남면 주민은 다시 큰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걱정이 태산이다.

하천이 범람해 마을 다리가 떠내려가고 집에 물이 차는 등 쑥대밭이 된 상태에서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는 소식에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양남면 한 주민은 "정상을 되찾기 위해서 많은 시일이 걸릴 것 같은데 이번에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30여 가구가 물에 잠긴 부산 강서구 가덕도 마을은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풍으로 부서진 문 등을 복구하지 못한 상태라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탓에 비닐로 임시 문을 만드는 등 비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 비상근무 체제…응급복구비 지원
제주도는 재해위험지구, 저류지 주변 등에서 피해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풍 영향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도민에게 철저한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호우에 따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부서와 행정시 등에 사전 예방활동 등을 요청했다.

읍면동은 도로 침수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급경사지를 미리 살피는 등 피해 예방에 나섰다.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태풍 영향으로 지반이 약화한 데다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만큼 특별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취약한 부분은 서둘러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7억 원을 확보해 피해 현장 복구에 투입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조속히 선포하도록 정부와 협의 중이다.

경북도와 경주시, 포항시는 인력 2천900여 명과 장비 154대를 동원해 응급복구에 총력전을 펼치며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재난 특별교부세 8억 원을 응급복구비로 긴급 지원했다.

울산시도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긴급복구, 주요 배수구 점검에 매진하고 있다.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도 비상근무를 강화했다.

시·군에 재난 취약시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2차례 내려보냈다.

재해 취약지구 예찰도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태풍으로 농작물 등 큰 피해가 났는데 다시 많은 비가 예보되자 전남도는 7일 오전 22개 시·군 방재담당을 상대로 긴급 영상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앞서 시·군에 공문을 보내 재해 취약지역 등 예찰을 강화하고 응급복구에 차질이 없도록 주문했다.

재난·방재 담당 공무원들은 비상대기에 들어갔고 상황에 따라 근무 인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허광무 차근호 손상원 황봉규 고성식 이승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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