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안·경북 동해안·경남 남해안에 어선 5만여척 긴급 대피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광주·전남 등 남부지방 해상과 항만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도에서는 선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해상에서 실종됐고 어선 2척도 전복됐다.

전남 해안과 경북 동해안 등지에는 어선 5만여척이 긴급 대피했다.

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차바 영향으로 인해 이날 제주에서 초속 47m의 최대순간풍속이 관측됐다.

이는 태풍 '매미'가 내습했던 2003년 9월 12일 기록된 초속 60m에 이어 2번째 기록이다.

제주 전역에 매우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해상에 물결이 매우 높게 일면서 이날 오전 7시 4분께 제주항 제2부두에서 정박 중인 어선에 옮겨타려던 선원 추정 남성 1명이 바다로 떨어져 실종됐다.

다른 어선 선장 박모(50)씨는 어선 점검 차 함께 부두에 갔다가 해상에 떠내려가는 실종자를 구조하려고 구명 부이를 바다에 던졌으나 구조에 실패한 뒤 제주해경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주해경과 119구급대는 실종된 남성을 찾고 있다.

부산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43분께 어선 결박 상태를 점검하던 허모(57)씨가 높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은 허씨가 실종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새벽 태풍경보가 내려진 부산에는 순간최대풍속 20m/s가 넘는 강풍이 불고, 해안가에서는 파도가 8∼9m 정도로 높게 일었다.

또 제주에서 항 내에 정박 중인 어선 2척이 전복되고, 요트 한 척이 침몰했다.

이날 0시 40분께 서귀포시 하예포구에서는 5.7t급 어선 한 척이, 서귀포시 화순항에서도 3.5t급 어선 한 척이 각각 전복됐다.

제주시 애월항에서는 정박해 있던 요트 P호(19t)가 침몰했다.

제주도는 날씨가 좋아지면 크레인을 동원해 이들 어선과 요트를 인양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8시 55분께 전남 여수시 수정동 오동도 방파제에서 1천321t급 여객선 미남크루즈호 선원 2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

선원들은 현장에 함께 있던 해경 122구조대에 의해 약 20분 만에 모두 구조됐다.

미남크루즈호는 이날 제18호 태풍 '차바(CHABA)' 영향을 피해 오동도 인근 여수 신항으로 피항했다가 바람에 밀려나 방파제와 충돌했다.

여수시와 여수해경 등은 차바의 영향으로 인한 사고에 대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여수해경은 방제정을 포함해 함정 16척을 모두 비상 대기해 해상에서 발생할 사고에 대비하고 있으며 여수시도 비상근무조를 편성해 대기하고 있다.

경북 동해안 어항·항만 135곳에도 어선 3천510척이 긴급 대피했고, 강풍과 풍랑에 취약한 비닐하우스 1만5천채와 가두리 양식장 456곳 등에 안전 조치를 했다.

전역에 태풍특보가 발효된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도 어선 2만7천372척이 항구로 대피했고 양식장 1천103개소,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5천663개소가 결박·고정됐다.

거제시 등 남해안 일대에는 2만여 척의 선박들이 피항했다.

국민안전처의 태풍 피해 방지 행동요령에 따르면 태풍특보가 내려졌을 때 바닷가에서 선박을 묶거나 어망·어구를 옮기는 것은 위험하므로 태풍이 내습하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강풍의 영향으로 고흥 거금대교, 여수 거북선대교에서 50% 속도 제한이 시행됐다.

강한 바람으로 전남 지역 해상교량을 이용하는 차량의 운행 속도도 절반 수준으로 제한됐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5일 오전 6시를 기해 강풍의 영향으로 전남 고흥 거금대교, 여수 거북선대교에 50% 속도 제한을 시행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을 기해 울산 태화강 지역에는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국토교통부 낙동강홍수통제소는 태화교 수위가 5.5m(해발 기준 4.424m)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홍수경보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