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경종 일본 설치미술 작가 "작품 의도 이렇게 맞을 줄이야"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이렇게 들어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일본 설치미술 작가 에노키 츄(72)씨는 26일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는 부산시립미술관 3층 전시실에서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쓰러진 그의 작품을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작품이 지진으로 이렇게 무너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이것을 계기로 한국사람들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걱정스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부산비엔날레에 전시한 작품은 'RPM 1200'.
RPM 1200은 가로 5m, 세로 4m, 높이 3.5m 선반 위에 스테인리스로 된 조형물 수천 개를 용접 없이 세운 설치미술 작품이다.
그는 1995년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일명 고베 대지진)을 직접 목격하면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인간의 기술력이란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불안한 존재인지를 지진으로 깨닫게 되면서 선반공으로 일하던 시절에 가까이한 철을 소재로 미래도시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2004년께 작품을 완성하고 2006년 오사카에서 첫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를 열 때마다 작품을 구성하는 소재가 늘어나면서 처음 수백개에 달하는 철 조각은 이제 수천개로 늘어났다. 그는 "언젠가 도쿄 전시 때 지진으로 일부 작은 소품들이 넘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부산에서 처럼 크게 넘어진 것은 처음"이라며 말했다.
그는 "전시회 관계자로부터 작품이 넘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람객이 다치지나 않았나 크게 놀랐다"며 "마침 월요일 휴관 때 지진이 나 불행 중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에 사는 이상 사람은 자연재해를 피할 수 없다"며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작품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비엔날레가 끝날 때까지 넘어진 작품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국내 양대 비엔날레로 손꼽히는 부산비엔날레는 9월 3일 개막해 11월 3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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