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보에도 '나몰라라'…비판 외면하는 기상청
금요일인 지난 19일 낮 12시께 기상청 대변인실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가 기자 휴대폰에 도착했다. ‘최근 무더위 원인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자료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하면서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이 정체돼 당분간 폭염이 계속되겠다’는 예보문이 담겨 있었다.

주말부터 33도를 넘는 폭염이 물러날 것이라던 전날 예보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기상청은 월요일인 22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이마저 빗나갔다. 이날 서울 기온은 36.3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 예보와 3도 이상 차이가 났다. 기상업계에서는 기온 예보가 2도 이상 빗나가면 오보로 판단한다.

기상청의 잇단 오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올여름 장마철에 수차례 강수 예보가 빗나간 데 이어 폭염 오보도 잇따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슈퍼컴퓨터 성능 △수치예보모델의 정확도 △예보관의 역량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기상청은 532억원을 들여 올초부터 슈퍼컴퓨터 4호기를 가동 중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영국의 수치예보모델도 들여왔다. 예보관의 역량, 다시 말해 사람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보관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10여년 전부터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오보가 계속되는 것은 기상청 특유의 배타적인 조직문화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상청 관계자들이 오보 논란에 대해 내놓은 해명은 일반 국민의 생각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세계적인 수준인데도 국민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기상청의 주장이다.

전직 기상청 관계자는 “학연·지연에 얽매여 있는 ‘그들만의 조직’인 기상청은 외부 비판을 받을 때는 똘똘 뭉치는 특유의 조직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짜증 나게 하는 오보 논란을 ‘날씨를 모르는 국민의 일방적인 비난’이라고 폄하하는 게 기상청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기상청은 최근 몇 년간 오보를 수십 차례 냈지만 단 한 번도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없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