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학동네와 교보문고의 공급률(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 협상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장기화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문학동네의 신간을 제대로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서점을 찾은 독자들이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최근 “온라인 위탁판매 공급률(이하 문학 단행본 기준)을 기존 65%에서 70%로 올려주겠다”고 문학동네에 제시했다. 교보문고는 오프라인 서점의 위탁판매용으로 문학동네에서 책을 납품받을 때 공급률 70%를 적용했으나 온라인에서는 이보다 5%포인트 낮게 적용해왔다. 매절(50권 이상)로 책을 납품할 땐 공급률을 60%(온·오프라인 동일)로 동결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매절은 책을 받는 즉시 서점이 출판사에 책값을 주는 거래 형태다. 책을 판매한 뒤 책값을 주는 ‘위탁판매’와 구분된다. 매절로 하면 돈을 미리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는 위탁판매보다 낮은 공급률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학동네 측은 교보문고가 제시한 단서 조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가 공급받는 문학동네 책의 80~90%가 매절이기 때문에 매절 공급률을 올리지 않으면 실질적인 인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애초 문학동네는 매절 공급률을 60%에서 65%로 올려달라고 교보문고에 요구했으나 최근 요구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가 교보문고에 수정 제시한 안은 매절 공급률을 63%로, 매절 적용 기준을 500권으로 올리는 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한 인상안은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용을 고려해 최대한 양보한 조건”이라며 “매절 공급률을 올리지 않겠다는 건 강화된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더 생긴 이익을 서점 혼자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정가제 시행 전부터 오프라인 서점 매출 비중이 80%에 달했기 때문에 정가제 시행으로 이익이 더 생기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독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당장 교보문고에서는 문학동네 책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문학동네가 지난달 초 공급률 인상을 요구한 뒤 이를 거부하는 서점에는 책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배두환 씨는 “소설가 최은영의 신간 쇼코의 미소를 사러 왔는데 없어서 빈손으로 나왔다”며 “빨리 협상이 타결돼 이런 불편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