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13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국악 공연 ‘이상사회’.
오는 11~13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리는 국악 공연 ‘이상사회’.
“한 일(一)자로 늘어서서 출근전쟁 시작하세.” “어럴럴럴 상사디.” “지각이다 또 늦었다 상사 눈치 각오하자.” “어럴럴럴 상사디.”

단정한 머리 모양에 한복 대신 일상복 차림을 한 소리꾼 네 명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무대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들이 부르는 가락은 충남 홍성의 노동요 ‘모심는 소리’지만 가사는 다르다. 매일 새벽 붐비는 인파 속에서 ‘출근 전쟁’을 치르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듯한 동작을 하며 일렬로 선 이들의 소리가 이어진다. “달려가자 달려가자 어럴럴럴 상사디….”

경기소리그룹 앵비가 오는 11~13일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여는 국악 공연 ‘이상사회’의 한 대목이다. 공연은 전국 각지에서 전해지는 노동요와 민요 원곡을 개사한 ‘현대판 노동요’에 현대적인 몸짓을 더해 뮤지컬처럼 펼쳐진다. 회사원, 교사, 서비스직 종사자,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 등의 심정을 네 가지 무대로 풀어낸다.

삶에서 묻어나는 애환을 표현하기 위해 악기 편성도 새롭게 했다. 도가 지나친 요구에도 웃으며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직 종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장면이 그런 예다. 원곡인 경기민요 ‘신고산타령’은 밝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가야금 반주를 쓰지만 공연에선 가야금 대신 더 낮은 음역대의 아쟁을 사용한다.

앵비 멤버인 이미리 씨는 “옛사람들은 일할 때마다 함께 노래를 불렀지만 현대사회에선 일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새 없이 기계처럼 일상을 반복하기 일쑤”라며 “잊혀진 노동요를 현대 무대에 들여와 관객의 마음을 보듬고 기운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공연 중 주부의 가사를 조명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돈으로 대가가 오가지는 않지만 우리네 삶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노동이라는 설명이다. ‘(갑을 관계에서) 지고 지는 나의 오늘 피고 피는 나의 미래’ 등 희망이 엿보이는 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씨는 “노동요에는 일의 고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과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