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4차 산업혁명, 스스로 복제하는 생명체도 뚝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물인터넷, 디지털 정보를 이용해 모든 제품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제조,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합성생물학,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공학…. 우리의 생활과 업무 방식부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까지 바꾸는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이 기술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규칙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산업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은 WEF를 앞두고 27명의 전문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이슈에 대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이사회 의장,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아웃 라이어》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 뉴요커 기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첨단기술 현황과 당면 과제, 기회와 위협에 대해 논의한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서문에서 “4차 산업혁명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지구촌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1차 산업혁명은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해 생산을 기계화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으로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생산을 자동화했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3D 프린팅으로 시작된 디지털 제조 혁명은 데이터를 사물로, 사물을 데이터로 바꾸는 능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컴퓨터의 역사와도 닮았다. 1960년대까지는 컴퓨터를 연구소나 기업만 가지고 있었다. 197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발명으로 순식간에 컴퓨터는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디지털 제조 장비가 점점 작아지고 가격도 싸지면서 개인용 장비가 곧 등장할 전망이다. 소품, 가구부터 드론, 자동차까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쉽게 뚝딱 만들어 내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를 사물로 바꾸는 능력은 생물학에도 적용되고 있다. 2003년 세계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다. 2010년에는 한 연구팀이 유전자 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박테리아 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4D 프린팅’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사물을 제작하는 3D 프린팅을 넘어 스스로 복제와 변환이 가능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다.

로봇 공학은 우리의 일상을 바꿀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로봇은 육체적으로 어렵거나 지루한 작업을 자동화해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하지만 지능형 로봇이 더 싸지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저자는 “1차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진보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또한 창조해냈다”며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이를 모두의 이익으로 만들 수 있는 경제, 사회, 문화적 제도의 뒷받침”이라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