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개봉하는 한국형 대작 좀비영화 ‘부산행’.
오는 20일 개봉하는 한국형 대작 좀비영화 ‘부산행’.
제작비 115억원을 투입한 한국형 대작 좀비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이 오는 20일 개봉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종종 보던 좀비(걸어다니는 시체)들이 부산행 KTX 열차를 덮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피범벅이 된 채 다른 사람들을 물어뜯어 감염시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좀비영화가 공포영화 형식인 데 비해 부산행은 ‘월드워’처럼 대낮에 일어나는 대형 재난영화 형식이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시사회 이후 좋은 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공유는 딸과 함께 열차에 올라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펀드매니저 석우를 연기했다. 그는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도전으로 기록될 수 있겠다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며 “할리우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좀비 비주얼을 어떻게 구현할지 걱정했지만 완성작을 보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부산행에 국내외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우리 사회와 인간 본성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는 대부분 피투성이가 된 채 떠돌다가 총탄을 맞고 사라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영화 좀비들은 직업에 따라, 연령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유능한 펀드매니저인 석우는 자신의 이익만 챙길 뿐 ‘개미 투자자’들이 돈을 잃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성격이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석우는 그러나 딸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좀비와 혈투를 벌이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어린 딸도 교육받은 대로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을 한다. 반면 고속버스회사 임원은 좀비들로 인해 교통이 마비된 소식을 먼저 듣고 혼자 살기 위해 약삭빠르게 움직인다. 영웅적인 면모는 마동석이 보여준다. 그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희생한다.

영화 속 좀비 세계에는 정교한 규칙이 있다. 좀비들은 문을 스스로 열지 못하고, 소리에 따라 반응한다. 생존자들은 이를 이용해 좀비들을 뚫고 다른 열차로 이동할 수 있다. 흥미를 배가시키는 장면이다. 바이러스가 최초 감염된 부위에 따라 좀비로 변하는 시간도 약간 다르다. 목덜미에 물리면 빨리 좀비로 변하지만, 손과 팔을 물리면 시간이 더 걸려 그 사이에 스스로 최후를 준비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공유는 “영화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서글프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기 때문이란다. “영화에선 비현실적인 좀비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재난 상황에서 누가 좋다, 나쁘다 말하기도 어려워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연기한 석우가 마냥 희망을 주는 영웅으로만 그려졌다면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칸에서 외국인들은 이 영화의 액션 신을 적극 응원했다. 공유는 “액션 신을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좁은 기차 안에서 엉키고 뒹구니까 많은 사람이 다쳤습니다. 좀비 역 배우들은 ‘피 칠갑’을 한 채 눈에 하얀 렌즈를 끼었기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요. 그 상태에서 불규칙하게 움직이니까 일반 액션처럼 배우들이 합(合)을 맞출 수 없었거든요. 앞으로 부산행 열차는 다시 타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하하.”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