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온라인 서점 공급 끊겨…도매서 받아 팔기도

도서 공급률 인상을 두고 출판사 문학동네와 서점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문학동네 책들이 서점에서 사라지고 있다.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양측의 거래가 일시적으로 끊겼기 때문이다.

14일 출판계에 따르면 최근 출간된 문학동네 책들이 온라인·대형 서점에 입고되지 않으면서 판매량이 많은 일부 서적은 재고가 소진됐다.

소설가 최은영의 신간 '쇼코의 미소'의 경우 교보문고 29개 영업점에 재고가 없고 온라인으로도 주문이 불가능하다.

지난달 출간된 남궁인의 에세이집 '만약은 없다'는 전국에 재고가 1권 남았고 온라인에서는 '품절'이다.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비롯해 문학동네가 이달에 출간한 책들은 교보문고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책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는 양측이 도서 공급률 인상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을 말한다.

문학동네는 문학책을 포함한 단행본의 온라인·대형 서점 공급률을 기존 65%에서 70%로 5% 포인트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온라인·대형 서점이 인상폭 협의를 요구하면서 책 공급이 중단됐다.

양측은 현재 3.5% 포인트 인상안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온라인서점은 상대적으로 재고가 많은 도매서점에서 문학동네 책을 받아다가 판매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문학동네는 도매서점 공급률을 60%에서 63%로 올리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한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공급률은 여전히 협의 중이고, 책은 다른 경로를 통해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일부 도매서점이 공급률 인상안에 반발해 주문을 넣지 않거나 도매서점에서 책을 받는 중소형서점이 매대에서 책을 빼는 등 문학동네 책들의 유통이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양측이 공급률 인상 문제를 빨리 매듭짓지 않으면 독자들이 구하지 못하는 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문학동네는 "출판시장에서 대형·온라인 서점이 절대 강자이고 출판사는 약자이자 을"이라며 "서점이 이런저런 노출을 대가로 공급률 인하를 요구하고 기대하면 출판사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최소한 도매서점 인상률보다 더 큰 폭의 인상을 끌어내지 않으면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 현재 제시한 인상안은 충분히 양보한 저희의 생존선"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서점들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내에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문학동네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고민한 최소한의 흔적이 없다. 도매서점을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서점 사이에서는 도매서점 공급률 인상으로 수익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서점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과적으로 나약한 자들의 숨통을 죄어 허기진 배를 채우겠다고 나서는 꼴이 됐다. 거대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대형과 인터넷(서점)에 건네는 협상 카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도 않다"고 썼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