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미래의 제주
섭지코지의 글라스하우스
섭지코지의 글라스하우스
제주는 양파와도 같은 곳이다. 까도까도 새로운 매력이 흰 속살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 나섰다. 유배지였던 제주에서 예술의 혼을 꽃피운 추사 김정희와 가난 속에도 불멸의 작품을 남긴 이중섭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스럽다. 일본의 천재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작품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는 건축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예술 작품에 취했다면 어른들만 즐기는 성인 풀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거나 차 한 잔 마시며 사색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제주는 이 모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제주=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역사적인 인물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곳

◆작은 집에서 피어난 추사의 뜻

대정읍성 동문 안쪽의 추사적거지
대정읍성 동문 안쪽의 추사적거지
예전에 제주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배 없이는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범 유배지로 제격이었다. 한라산 서남쪽인 대정 지역은 제주에서도 가장 험한 유배지였다. 대정읍성 동문 안쪽에는 조선 후기 김정희가 9년간 유배생활한 초가가 있다.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다. 추사가 지낸 초가 네 채를 단장해 옛 모습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추사는 안동 김씨 세력과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뒤 이곳으로 유배됐다.

북학의 대가 추사는 금석문과 서화에 능통했으며, 서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추사체로도 유명하다. 유배지는 추사가 살던 안거리(안채), 사랑채인 밖거리(바깥채), 그리고 모퉁이 한쪽에 세운 모거리(별채), 제주식 화장실인 통시와 대문간, 방앗간, 정낭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형적인 ‘□자’ 모양의 제주 가옥으로 민가로서는 규모가 꽤 크다.

당대의 선구자 추사는 오랜 유배생활을 통해 제주 학문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추사는 배움을 청해 오는 마을 청년들에게 밖거리에서 학문과 서예를 가르치는 한편 모거리 작은 방에 기거했다. 집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위리안치형을 받은 추사는 이곳에서 학예를 갈고 닦아 궁극에 이른다. 추사의 서화(書畵)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세한도(歲寒圖) 역시 이곳에서 그렸다. 지금까지도 추사가 완성한 학문과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영감과 교훈을 주고 있다.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 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 (064)760-3406

◆화풍처럼 강렬한 이중섭의 흔적
서귀포 이중섭 거리
서귀포 이중섭 거리
종이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빈곤했던 천재화가 이중섭. 그는 41년의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강렬하면서 역동적인 필치로 소, 물고기, 게, 가족 등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주로 그렸다. 안타깝게도 이중섭 작품은 그가 죽은 뒤 가치를 인정받고 명작 대열에 올랐다.

이중섭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1년 1월 가족을 데리고 서귀포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같은 해 12월 부산으로 떠나기까지 서귀포의 아름다운 풍광 등을 그렸다. 짧지만 서귀포에서의 삶은 그의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파란 게와 아이들’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은 그가 서귀포에 머무를 때 남긴 작품이다.

서귀포시에서는 1996년 이중섭의 불꽃 같은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당시 거주한 초가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명명했다. 1997년에는 그가 살던 집과 부속 건물을 복원해 이중섭 거주지와 그의 호인 대향(大鄕)을 본떠 대향전시실을 꾸몄다. 2002년에는 이중섭미술관(jslee.seogwipo.go.kr)이 개관됐다. 그의 서귀포 생활이 담긴 작품을 비롯해 담배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 작품도 다수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미술관에서는 오는 30일까지 특별전 ‘운명의 현해탄, 아고리와 아스파라가스의 사랑’을 연다. 성인 1000원, 어린이 300원.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87, (064)760-3567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 속으로

◆성산 일출봉이 예술 작품으로 변하는 곳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단순하고 절제된 조형미로 유명하다.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며 건물에 빛과 물을 끌어들여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 섭지코지에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가 있다.

글라스하우스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지니어스 로사이는 땅 밑으로 파고 든다. 상반된 모습 때문인지 두 건축물이 마치 음양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선을 따라 가다 보면 콘크리트 벽을 액자 삼아 바다 건너 성산 일출봉을 볼 수 있게 한 직사각형의 창이 있다. 차경(借景)을 통해 성산 일출봉을 살아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계속 걸음을 옮기면 지하로 들어간다. 햇빛이 사라지고 최소한의 조명이 안을 밝히는 명상의 공간에는 비디오 아트 등의 미술세계가 마련돼 있다. 내부를 돌고 나오면 지니어스 로사이는 건축물이라기보다 안도 다다오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미술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성인4000원, 어린이 2000원.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107, (064)731-7791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만들다

제주 본태박물관과 전시작품
제주 본태박물관과 전시작품
본태박물관(bontemuseum.com)은 안도 다다오가 제주에 만든 또 다른 건축물이다. 본태(本態)란 ‘본래의 형태’를 뜻한다. 본태박물관은 건축공간의 미학적 관점을 넘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본태박물관은 산방산과 형제섬이 내다보이는 한라산 자락 중턱에 자리했다. 안도 다다오는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건물을 설계했다. 인위적으로 땅을 깎지 않고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두 공간으로 나눠 지은 것. 박물관은 크게 민예박물관(제1관)과 미술관(제2관)으로 구분된다. 알파벳 L자 형태로 이뤄진 본태박물관의 두 건물은 비슷해보이면서도 각기 다른 느낌을 준다.

제1관에서는 한국의 전통 미술품과 수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소반, 목가구, 보자기 등을 통해 소박함과 화려함,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우리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제2관은 현대 미술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여는 곳이다.

1층에는 20세기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안소니 카로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 다다오의 특별 공간이 방문객을 반긴다. 산방산 풍경이 펼쳐지는 2층 실내 다리를 지나면 본태박물관 설계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터디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성인 1만6000원, 어린이 1만원.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길 69, (064)792-8108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곳

◆방해받지 않는 즐거움 신라호텔 성인 풀
제주신라호텔의 성인 전용 야외수영장인 어덜트 풀
제주신라호텔의 성인 전용 야외수영장인 어덜트 풀
연인과의 달콤한 호텔 수영장 데이트나 혼자만의 호젓한 휴가를 기대했지만 아이들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면? 제주신라호텔의 성인 전용 수영장을 이용하면 된다. 제주신라호텔은 11일부터 사계절 온수풀인 ‘숨비 스파존’에 성인 전용 수영장을 연다.

제주신라호텔 관계자는 “호텔 풀에서 방해받고 싶지 않은 고객을 위해 2010년부터 중장기 프로젝트로 준비한 것”이라며 “투숙객 중 자녀를 동반하지 않는 성인이 60%를 넘어서면서 이 같은 수영장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신라호텔 성인 전용 수영장은 호텔 정원 안에 수영장을 조성하고 여기에 카바나(방갈로 형태의 휴식 공간)와 자쿠지(작은 온수욕조), 핀란드 사우나 등을 갖췄다. 전체 면적은 981.6㎡, 수온은 연중 32~33도, 자쿠지는 38~42도, 핀란드 사우나는 70도를 유지해 언제든 따뜻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성인 전용 수영장에 입장하면 호텔 직원이 직접 선베드까지 안내해준다. 간단한 음료와 물속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수중 이어폰을 공짜로 빌려준다. 매 시간 선베드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빌려주는 ‘북 트롤리 서비스’도 도입했다.

제주신라호텔은 성인 전용 수영장 개장에 맞춰 2층 규모의 수영장 옆에서 즐길 수 있는 바도 운영한다. 지중해에 떠다니는 요트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이곳은 1층에서는 간단한 술과 음료 등을 마실 수 있으며 2층인 ‘루프톱’은 고객 휴식 공간으로 운영된다. 1588-1142

◆차와 더불어 향긋한 시간을

오설록 티 뮤지엄
오설록 티 뮤지엄
2001년 9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차 박물관인 ‘오설록 티 뮤지엄(osulloc.co.kr)’은 1970년대 불모지를 개간해 만든 다원에 들어섰다. 세계적인 디자인 건축 전문사이트 ‘디자인붐’이 세계 10대 미술관으로 선정할 만큼 멋진 외관을 갖춘 오설록 티 뮤지엄은 연간 15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오설록 티 뮤지엄은 한국 전통 차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학습 공간이자 전시문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내부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다구들이 전시된 ‘차 문화실’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쓰였던 찻잔을 전시하는 ‘세계의 찻잔’, 전문가가 즉석에서 직접 차를 덖는 과정을 시연하는 ‘덖음차 공간’ 등이 있다. 박물관 옆에는 2013년 3월 개관한 차문화 체험 공간 ‘티스톤’이 있다. 다원 주변에는 멀리 한라산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구릉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차를 마시기 좋다. 입장료 무료.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로 15, (064)794-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