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삼성 닮은꼴이 애플 아니라 아마존이라고?
추상표현주의 선구자인 러시아 출신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의 ‘블루 온 블루’는 직사각형 모양 면 두 개에 청색과 하늘색을 겹쳐 채웠다. 미국 색면추상 화가 바넷 뉴먼의 ‘원먼트 VI’는 새파란 캔버스 중앙에 흰색 직선을 그어 면을 나눴다. 영국 ‘국민 화가’ 윌리엄 터너의 ‘베니스 대운하’는 두터운 붓질로 푸른 바다 풍경을 그렸다. 이 세 그림 중 본질적으로 닮은 두 작품은 어떤 것일까. 겉으로 보기엔 로스코와 뉴먼의 작품이 비슷하다.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김형태 미국 조지워싱턴대 객원교수는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서 “로스코와 터너의 작품이 서로 비슷하다”며 “그림의 본질적 가치는 표현의 독창성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뉴먼은 명확한 색 구분이 두드러지고, 나머지 둘은 여러 번 붓질해 번진 듯한 표현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경쟁력의 원천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경영·경제 분야에도 적용된다. 저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아마존이 그런 예다. 언뜻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비슷할 것 같다. 둘 다 전자제품 제조회사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서다.

저자는 삼성전자와 같은 부류로 아마존을 든다. 속도가 기업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라는 점에서다. 삼성은 신속한 신기술 투자와 생산, 아마존은 빠른 상품이 강점이다. 두 기업은 혁신을 이루는 방식도 닮았다. 물감을 겹겹이 쌓듯 끊임없이 투자하고 결과를 즉각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한다. 반면 애플은 속도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저자는 “애플의 혁신은 시간을 두고 가끔 한 번씩 발생하지만, 그 정도가 크고 파괴적”이라며 “아마존이 로스코라면 삼성은 터너, 애플은 뉴먼”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닮음과 다름을 구분하는 ‘투시력’은 그림과 기업에 모두 통한다”며 “예술과 경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예술적 관점으로 경제 이슈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중 하나가 패턴의 힘이다. 저자는 반도체와 주가연계증권을 미래파 회화에 비유한다. 비슷한 패턴이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그림이 메모리반도체의 시장점유율 변화와 닮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던지는 기발한 질문과 경이로운 대답이 경제·경영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다”며 “예술에서 배운 에너지로 무장한 개인이나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