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선과 색의 마술…추상화가 문선 씨, 한경갤러리서 개인전
“제 그림은 마음속에 녹아 있는 무의식의 분출물입니다. 잠재된 기억과 욕구를 긴장된 순간에 선과 색으로 잡아내기 때문에 일종의 감성의 사색 같은 것이죠.”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초대전(7월8일까지)을 열고 있는 추상화가 문선 씨(49·사진)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무의식의 침전물’을 선으로 풀어내는 감성의 자동기술이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문씨는 강렬한 색상과 간결한 선을 조화롭게 배치해 무의식의 흐름을 선의 형태로 표현해 왔다. 그의 선 작업은 해체와 변형, 편집, 채색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되기 때문에 유럽의 엥포르멜(비정형) 미학을 한국적으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매직 컬러, 매직 라인’. 감성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선으로 마음 깊숙이 잠재된 무의식을 묘사한 근작 20여점을 걸었다.

그는 선의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을 꾀하면서 무의식의 꿈틀거림을 화면에 펼쳐보인다. 마치 재즈 선율처럼 풀어내 다소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다. 어떤 작품은 나비들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작품마다 필선 하나하나가 다를 뿐만 아니라 구도 또한 다양하다.

문씨는 “도상의 틀에 매이지 않고 나 자신의 원초적인 내면세계에 잠들어 있는 감각을 깨웠다”며 “용틀임하는 선, 자유로운 선, 서릿발 같은 선 등 다양한 형태의 선을 통해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굳이 필선을 작품 소재로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은 작가의 깊은 내면세계, 원시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적 시간과 인간의 잠재의식을 묘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색선 자체의 묵직함을 화면에 그대로 표현해 보는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합니다. 선을 통해 현대인에게 무엇이 진정한 가치이고 행복인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