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프리다 칼로 '부러진 척추'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는 교통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1907년 멕시코시티 교외 코요아칸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일곱 살 때부터 한쪽 다리를 절었다. 열여덟 살 땐 교통사고를 당해 쇠파이프가 척추와 자궁을 관통하고 오른발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겪었다. 이 같은 불행은 그를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칼로는 아버지가 천장에 붙여준 거울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44년에 제작한 이 그림은 교통사고로 척추에 철근이 박히고 온몸에 못이 꽂힌 채 눈물 흘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다. 인상적인 것은 인물의 표정이다. 미간까지 연결된 짙은 눈썹과 허리까지 내려온 흑발,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는 강렬한 눈빛과 냉담한 표정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자신의 고통에 대한 표현은 상징과 초현실이 결합된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의 그림은 곧 당시 멕시코인들이 처한 현실이 됐고, 감내해야 할 괴로움으로 승화됐다. 47세에 별세한 그는 죽음을 예견한 듯 마지막 일기에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고 적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