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 주문 50%↑, 자외선 차단제 판매 급증
농민들 농작물 더위 피해 우려, 온도·습도 조절 안간힘

청주시 서원구 아파트에서 사는 윤모(57)씨는 사흘전 지난 여름을 나고 베란다에 넣어 두었던 선풍기를 꺼냈다.

전날부터 부쩍 더워진 날씨 탓에 아무런 생각 없이 보관망에 넣어두었던 선풍기 3대 날을 분리해 먼지를 닦아내던 윤씨는 달력을 보고는 내심 놀랐다.

선풍기를 꺼낸 것이 작년보다 한 달이나 일렀던 것이다.

윤씨는 "작년에는 6월 중순쯤 돼서야 선풍기를 꺼냈는데 올해는 한 달 정도 빨리 선풍기를 꺼내 틀었다"고 말했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충북지역 수은주는 증평 32.1도, 충주 32도, 단양 31.6도, 청주 31.3도, 보은 30.3도까지 올라갔다.

충주 지역은 1972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5월 중순(11~20일) 날씨로는 44년 만에 가장 더웠다.

5월 평년 최고기온(24~25도)보다도 7도가량 높은 수치다.

같은 날 서울 기온은 31.9도까지 올라 관측을 시작한 1932년 이후 5월 기온으로는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한반도 동쪽과 서쪽에 형성된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져 일사량이 증가해 한낮기온이 30도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84년 만에 찾아온 때 이른 더위로 여름철 앞둔 가전업체와 화장품 매장들은 때아닌 여름특수를 누리고 있다.

에어컨 설비 업체를 운영하는 김민규(36)씨는 요즘 한꺼번에 주문이 몰리면서 밀린 에어컨 설치를 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김씨는 "이틀 전부터 날씨가 더워지자 에어컨 설치 예약이 며칠전보다 50% 이상 늘었다"면서 "보통 7월에 몰리는 에어컨 가스 충전 주문도 벌써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 많이 어려웠는데 요즘만 같으면 일할 맛 난다"며 "일은 고되지만 일감이 많으니 신바람난다"고 즐거워했다.

'청주의 명동'으로 불리는 상당구 성안길에 즐비한 화장품 업체에는 주말인 21일 자외선 차단제 등 여름철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형마트들은 여름 특수를 겨냥 에어컨과 선풍기, 물놀이용품, 수영복 등 여름용품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농촌에서는 갑자기 달아오른 날씨 탓에 혹여 결실기에 접어든 농작물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조모(62)씨는 지난 20일 오후 비닐하우스 내 온도가 30도에 육박하자, 물을 뿌리고 통풍구를 여는 등 온도를 관리하느라 하루종일 분주하게 움직이며 노심초사했다.

무더위에 줄기와 잎이 모두 시들어 말라죽는 수박시듦에 걸리면 1년 농사를 모두 망치기 때문이다.

막 파종을 마친 토마토, 고추, 오이 재배 농가도 강한 햇볕에 농작물이 타 죽지 않도록 비닐하우스 내 온도와 습도 조절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5월치고 날씨가 더워 자칫 예상치 못한 농작물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한낮에는 비닐하우스 통풍에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지청은 때 이른 더위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다가 하루 뒤인 24일 비가 내리면서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