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주문물량 25만부…역대 기록 줄줄이 경신
장기 침체 출판계 오랜만에 함박웃음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에 힘입어 수상작인 '채식주의자'가 주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는 등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19일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이달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2007년 출간한 지 9년 만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17일 당일에만 이 사이트에서 1만권 이상 팔려나갔고 다음날에도 판매량이 1만1천권을 돌파했다.

책 재고가 모자라 배송이 늦어지면서 책을 더 빨리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전자책으로 발길을 돌려 전자책 분야에서도 1위에 올랐다.

또 '채식주의자'와 주제의식을 같이 하는 작품으로 소개된 소설 '소년이 온다'(2014년작)도 작품의 역사적 배경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맞물려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4위로 진입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채식주의자'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소년이 온다'가 3위에 올랐다.

이 사이트에서는 아직 출간되지도 않은 한강의 신작 '흰'이 예약판매만으로 이날까지 총 3천600부가 팔려 '소년이 온다'에 이어 종합 베스트셀러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흰'은 오는 25일 출간 예정이다.

오프라인의 판매 비중이 65%로 온라인에 비해 큰 교보문고의 경우는 수상 직후 첫날 '채식주의자' 재고가 소진돼 더이상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0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인터넷 일간 판매 순위로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흰'이 1위, 2위, 5위에 각각 올라 있다.

전자책 순위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가 나란히 1-2위에 포진했다.

교보문고 광화문 매장에 19일 1천부가 풀리면서 종합 순위에서도 곧 1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출판사들은 이처럼 갑자기 폭증한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출간한 창비는 17일 수상 직후 서점들의 1차 주문이 25만부에 달했다고 전했다.

창비는 이에 맞추기 위해 인쇄소를 여러 군데 나눠서 책을 찍고 있지만, 제작 속도가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해 10만부는 아직도 제작 대기 중이다.

창비 관계자는 "총력을 들여서 제작하고 있음에도 인쇄소에서 찍는 속도가 주문량을 못 따라간다"며 "이런 경우는 국내 문학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출간 이후 수상 전까지 6만부가량 팔렸는데, 수상 이후 판매량을 합치면 벌써 30만부가 넘어 향후 100만부도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흰'을 출간하는 문학동네는 선주문을 반영해 초판으로만 2만부를 찍고 있다.

한강 열풍은 출판업계의 여러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알라딘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지난 17일 하루 5천500부 판매돼 역대 1일 최고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는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시행 직전 50% 할인 행사를 했을 당시 하루 4천부가 판매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이 최고 기록을 갖고 있었다.

할인행사라는 특수한 조건 없이 1일 최고 기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예약판매 첫날 1천부가 팔린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문학계 최고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나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판매된 것이어서 이 정도의 열풍을 일으키진 않았다.

창비 관계자는 "수상 효과가 반짝 일었다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학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독자층이 두터워지는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