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 센스 있게 거부하는 법
“분기 순이익 숫자 좀 예쁘게 고쳐봐.” “제품 성능 부풀려 소개해.” “고객사에는 2주 더 일한 척하고 비용 청구해.”

2002년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들이 직장에서 겪었다는 내적 갈등 사례의 발단들이다.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조직의 겉보기 성과와 도덕적 책임 중 무엇을 택해야 할까. 메리C 젠틀러 미국 밴슨대 기업윤리프로그램 교수는 《지금,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했습니까?》에서 “몇몇 사람은 성과를 목표로 속임수를 택하지만, 기업에는 도덕적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직급이 어떻든 혼자 바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부당한 지시를 단순히 거절하는 것도 상황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자신은 신뢰를 잃고, 똑같은 일이 남에게 넘어갈 뿐이다. 조직이 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설득 과정은 설교보다는 연봉 협상과 비슷하다. 옳은 일이므로 따라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같은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풀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다.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사전 시나리오 훈련’이다. 평소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치관 갈등 상황을 가정해 보는 연습이다. 업계에서 자주 일어나는 갈등 유형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다. 각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돌아보고, 생각을 다듬어 보면 된다.

미리 연습해두면 실제 상황이 일어났을 때 감정적 동요를 덜 겪을 수 있다. 조직을 설득할 근거와 대안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상황에 맞춘 실질적인 대안을 준비했을 때 의견의 힘이 커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 자신의 위치에서 영향력을 찾을 방법을 모색하라”며 “조직 환경과 인간관계를 유리하게 재구성하는 능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가치관을 돌아보는 법부터 상사의 유형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는 사례까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폭넓게 책에 담았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